<웨이브> 국제 정보전쟁

동서 냉전종식 이후 정보전쟁이 세계 곳곳에서 불을 뿜고 있다. 국가 정보조직을 활용해 「첨단 바람」을 일으키려는 각국의 발빠른 시도가 정보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정보력이 국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CIA는 물론이고 세계 최대의 정보수집용 전자장비를 갖추고 있는 미 국가안전국(NSA)도 통신위성 등 첨단 전자장비를 이용해 각종 정책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각국의 산업스파이 활동을 감시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러시아나 중국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정보기관들이 앞다퉈 군사첩보조직을 경제, 산업 정보전에 투입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해체된 국가안보위원회(KGB)조직을 골간으로 새로운 정보조직을 편성, 경제, 산업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국가경쟁력 강화노력에 정보기관들이 총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안기부도 세계적인 정보전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안기부는 지금까지 보안 및 국내 정보 위주로 운영돼온 업무기능을 해외 산업, 경제, 과학 정보수집활동 위주로 재편한 것이다. 안기부의 명칭을 국가정보원으로 개칭하는 데서도 이같은 시류를 읽을 수 있다. 안기부는 국가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보력 강화를 최우선 업무목표로 설정, 국제 정보전에서 경제환경, 산업 정보수집에 역점을 두고 있다. 물론 민간부문에 대한 정보서비스 기능도 앞으로 계속 확충한다는 포석이다. 안기부가 국가경쟁력의 첨병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러시아의 한국 외교관 추방으로 촉발된 한-러 외교전도 알고보면 두 나라 사이의 치열한 정보전과 그 과정에서 고조된 갈등이 주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나라의 정보전이 아예 「외교관 추방-맞추방」의 외교전으로 비화했다는 것이 정보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두 나라 정보기관들의 치열한 「물밑 정보전」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돼 올해 초에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바람의 실체를 알아차리면 이미 때는 늦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불어올지 모를 바람을 예감해 미리 대처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렇다고 일정한 방향성 없이 일시적으로 부는 한바탕의 바람에 큰일이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서도 안된다. 정보전쟁에는 전후방이 따로 없다. 국가 정보조직의 전천후 정보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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