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사상태에 빠진 국내 소프트웨어업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정품소프트웨어 사용을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들어 한글과컴퓨터의 「한글」 개발포기 사태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국내 소비자들의 정품소프트웨어 사용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면서 이 가운데 특히 정부, 공공기관의 정품사용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비율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세계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회(BSA) 및 소프트웨어출판협회(SPA)가 집계한 지난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비율은 67%. 미국(27%), 영국(31%), 호주(32%), 일본(32%) 등 선진국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은 물론 같은 아시아지역 내의 싱가포르(56%), 대만(63%)보다도 높다.
이같은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 유통이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란 지적은 이미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로 회사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개발을 포기한 중소규모 업체들은 부지기수고 국내시장을 포기한 업체들마저 생겨나고 있다.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는 흔히 「소탐대실」로 비유된다. 소비자들이 당장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정품의 10분의 1도 안되는 가격으로 불법복제품을 구입할 경우 시장을 잃은 업체의 개발의욕 상실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하게 된다.
소비자들의 정품사용 마인드 부족도 문제지만 관련법도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개정중이지만 소프트웨어 관련법인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 사적복제를 일부 허용하고 있는 등 불법복제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마인드 향상과 법적보완이 시급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들에 기대기보다는 우선 정부의 정품소프트웨어 사용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정부 공공기관의 관계자들은 정품소프트웨어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 구청 관계자는 『지금은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공공기관에서 소프트웨어는 돈주고 사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밝힌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가 소프트웨어 구입을 위해 책정한 예산은 하드웨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선진국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다. 이마저도 구입해도 좋고 안해도 되는 권장사항일 뿐 의무는 아니다. 아직까지는 공공기관에서 주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가 한글에 국한된 만큼 적은 비용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지만 국가 정보화로 인터넷 등 분야로 소프트웨어의 이용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지금부터 예산을 늘려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공기관의 정품사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우선 공공기관의 소프트웨어 구입예산이 현실화돼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일반과 기업체는 물론 공공기관의 소프트웨어 구입비용이 하드웨어를 앞지르고 있는 게 보통이다.
둘째로 예산집행이 신속해야 한다. 정품소프트웨어 구입이 늦을 경우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제때에 사용할 수 없는 기관내 사용자들이 불법복제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점은 정품사용 마인드가 확산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불법복제가 횡행하면서 일반 국민의 정품사용을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의 얼굴인 공공기관들이 불법복제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경우 국가의 대외 이미지에 얼마만큼의 타격을 가져올지도 생각해야 한다.
정부가 아무리 업체들에 금전적 혜택을 준다 해도 정부, 공공기관의 주도아래 국가적 차원에서 정품소프트웨어 사용을 늘려 가는 것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불법복제를 근절하는 것은 물론 정품소프트웨어 사용에도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제품을 팔 수 있는 시장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책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고 한국의 실리콘밸리 건설이라는 꿈은 무망할 뿐이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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