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수진작을 위해 특소세 인하 방침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전업계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기는커녕 매우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특소세 인하율이 기대치에 못미쳐 얼어붙은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국내 가전시장이 활성화하지 않는다면 이번 정부조치는 업체들에 불필요한 업무와 비용만 증가시키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당초 대부분 15%로 매겨지고 있는 가전제품의 특소세를 최소한 5% 이하로 낮추어야만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가전제품의 특소세율을 10.5%로 인하할 방침이어서 업계의 기대치에는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생필품으로 자리잡은 가전제품에 특소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여겨온 업계로선 이번 인하율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IMF한파를 녹이기 위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취한 정부의 조치로서는 기대이하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실무자들의 불만은 대단하다. 특소세가 인하되면 폭증하게 될 업무량 때문이다.
물론 특소세 인하로 제품판매가 늘어난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일에 매달리겠지만 이들의 판단은 정반대다.
판매량은 늘지 않고 업무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특소세가 인하되면 가장 먼저 대리점이나 유통점에서 팔리지 않고 재고로 쌓여있는 제품을 일일이 수거해야 한다. 반출 때 15%만큼 지불했던 특소세를 환급받으려면 일단 전국의 물류센터로 재고상품을 보내 세무서의 확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특소세를 환급받고 나면 다시 10.5%의 특소세를 내고 그 상품들을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려 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비되고 물류비용도 꽤 든다.
그러나 여기에 소요되는 물류비용은 모두 업체부담이다. 세금이 내린 만큼 물건값을 내려서 팔아야 하는 일선 대리점이나 유통상들에게 세금을 환급받기 위한 물류비용을 부담시킬 경우 그만큼 가격인하폭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특소세 인하로 일정수준 이상의 판매량이 증가하지 않을 경우 업체들은 오히려 손해를 입게 된다.
업체들의 불만은 역수입 제품에 대해서는 특소세를 환급해주지 않는 정부의 태도에 직면해서는 폭발 일보직전이다.
만약 정부의 방침대로 역수입 제품의 특소세 환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업체들마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수입 제품이 특소세 환급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특소세 인하 이후에도 업계가 종전가격으로 이들 제품을 시판한다면 당연히 제품가격이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와 반발을 살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따라서 업계는 되돌려 받은 세금이 아닌 자기 돈으로 특소세 인하분만큼 판매가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일선 판매상들에게 보상을 해주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업계는 정부가 진정 IMF 한파에 시달리고 있는 업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면 내수시장을 진작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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