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국산주전산기 공급 활성화

불황기 시장의 특징은 철저히 적자생존의 원리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기업은 경쟁력 우위를 지키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비슷한 기능의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시장이 한정돼 있으면 더욱 그렇다. 이는 기업들로 하여금 치열한 경쟁을 벌이도록 한다.

지난 10여년간 주전산기 「타이컴」 개발사업을 추진해 온 현대정보기술, 삼성전자, LG전자, 대우통신 등 4개 주전산기 업체들은 최근 외국 업체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개발한 신국산 주전산기를 내놓고 정부 및 투자기관을 대상으로 치열한 공급경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업체가 그동안 의욕적으로 개발해 오던 국산주전산기Ⅲ 모델의 자체개발을 중단하고 신국산 주전산기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그동안 개척해 온 정부 및 투자기관 등 공공부분에서 시장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판매나 기술개발 측면에서 별 진척이 없는 국산주전산기 개발에 매달려 있는 것보다는 외국산 중형컴퓨터를 직접 생산하면서 국산화를 추진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이들 업체의 생각에는 별 이견이 없다.

하지만 외국기술을 기초로 해 개발한 신국산 주전산기이지만 영업전략에 다소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신국산주전산기와 관련해 지금 상황에서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제품이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 어떻게 하면 시장을 활성화시키느냐가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이를 위해선 시장다변화가 급선무다.

현재 현대정보기술, 삼성전자, 대우통신, LG전자 등 신국산 주전산기 4사는 시, 군, 구 지방행정전산망용 주전산기를 비롯한 공공분야 주전산기시장 공략에 영업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물론 그동안 정부가 주전산기 개발을 촉진하고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정부의 컴퓨터 구매에 국산 주전산기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왔다는 점에서 정부 및 투자기관의 공략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가 정보통신 진흥기금 중에서 국산 주전산기 보급확대 지원금을 폐지하기로 세계무역기구(WTO)와 약속함에 따라 이제 IBM, HP,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외국제품들과 정정당당한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예전처럼 공공기관 중심의 안일한 영업방식으로는 경쟁에 이길 수 없다. 주전산기 업체들은 그동안 정부 및 투자기관에 설치된 주전산기들이 공급업체의 지원미비로 업무 효율성 제고의 실효를 충분히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을 잊어서는 안된다. IMF 이후 정부의 업무효율성이 이슈가 되고 있는 마당에 「국산」이라는 이름 하나로는 제품판매가 어렵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특히 정부의 조달시장이 완전 개방되면서 질과 가격을 따져 외제가 월등하다면 정부로서는 외산제품이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신국산 주전산기의 활성화를 위해선 활용범위를 민수분야로까지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전산기 공급업체들은 영업전략을 짜면서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활발한 영업활동을 벌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사실 구체적인 준비가 안돼 있는 실정이다. 이들 대부분은 민간업체들의 제품구매를 촉진할만한 특정 어플리케이션의 개발이 미비하고 전문영업인력도 충분하지 않은 형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분야에 초점을 맞춘 영업활동을 전개하고 특정분야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발휘하는 프로그램 개발업체와의 업무제휴를 통한 공동 시장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간과해서 안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국산 중형컴퓨터 개발을 위한 기술축적이다. 조달시장 개방에 따른 외산제품과의 경쟁을 위해 외국기술을 기초로 한 신국산주전산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업체들의 입장에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외산제품을 들여와 당장 매출을 늘리기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된다. 그렇게 해서는 그동안 타이컴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전혀 활용할 수 없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외국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순수한 국산 주전산기 개발사업에 적용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내수는 물론 수출을 통한 해외시장 개척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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