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아마추어무선 활성화하자

무선통신은 참으로 경이롭고 마술 같은 것이다. 전파매체는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없이 날아다니며 우리에게 온갖 정보를 가져다 주고 있으니 말이다. 맥스웰(James C Maxwell)은 1864년에 전자장이론을 집대성했고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다음 마르코니(Guglielmo Marconi)는 영국에서 마르코니 무선전신회사를 설립해 오늘의 무선통신기술의 시조가 됐다.

이후 무선기술은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을 거듭해 문명사회의 초석이 됐다. 무선기술은 전쟁과 평화의 격변을 겪으면서 그 진가를 발휘했고 특히 전시에 그 공헌이 더욱 컸다. 전파는 국경없는 지구촌을 만드는 데 주동적 역할을 했다. 이제 무선통신은 세계 어디라도 메시지를 전달해 사실상 우리의 눈과 귀가 되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아마추어 무선인들의 역할이 매우 컸던 것이 사실이다.

초창기 아마추어 무선인들에게 나라가 다르고 풍습이 전혀 다른 사람들끼리 새로운 뉴스를 교환하고 친교를 갖는 것은 국경을 초월하는 경이로운 사건일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재난을 예방하고 인명을 구출한 사건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2차대전 중에 영국이 독일의 공습과 로켓포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낸 것도 이들의 공이 컸다. 지난 56년 소련의 폴란드 침공을 최초로 자유세계에 알린 것도 아마추어 무선종사자였고, 사하라 사막에서 고립무원으로 죽어 가는 탐험대를 살려낸 것도 이들이다. 지난 22일 동해안에 침투해 우리 유자망에 걸린 북한 잠수함을 알려온 것도 우리 어선의 무선통신으로 이뤄졌다.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아마추어 무선연맹이 결성된 것은 1956년의 일이다. 무선기기라야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짜깁기식이었고 전파법은 일제시대의 것을 원용하다가 1961년에 이르러서야 우리의 전파법을 제정하게 됐다. 그 당시 우리나라의 아마추어 무선가는 줄잡아 1백여명밖에 되지 않았다. 현재는 허가된 아마추어 무선국만 4만5천국이 넘고 있으나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지구상에서 오직 북한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아마추어 무선국임을 자랑하고 있다. 한가지 예로 현재 일본 아마추어연맹(JARL)의 회원은 세계 최대인 1백70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일본이 세계 최대의 아마추어 무선국이 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일본은 1950년대부터 전파법을 끊임없이 개정해 가면서 아마추어 무선사들의 활동을 장려하고 격려했다.

우리는 그동안 무선통신에 관해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많은 제약을 받아왔으며, 이로 인해 우리의 무선통신기술 발전에 장애요인이 돼 온 것이 사실이다. 현행 전파법은 아마추어 무선국의 허가와 설치를 일반 방송국과 동일한 절차를 거쳐 허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송수신기나 안테나에 이르기까지 허가된 것만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마치 자동차 면허를 부여할 때 허가된 차종과 연식에 한해서만 운전을 허가하는 것과 같은 일로서 나사 하나라도 변경할 경우 다시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규제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모든 기술은 제약과 감시를 가하면 가할수록 그만큼 후퇴하는 것이다. 이제 햄종사자들이 적극적이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전파법을 개정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여러 단계의 복잡하고 규제 중심의 아마추어 무선국의 허가절차는 간소화돼야 한다. 또 우리가 국경없는 정보사회에서 경쟁하려면 외국인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하고 비상시에 낙도 또는 산간벽지에서 비영리적인 목적에 한해 유, 무선 접속에 의한 중계통신도 허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항들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실시하고 있는 것들이다. 이와 같이 사용자를 위한 법의 개정으로 아마추어 무선인구의 획기적인 저변확대가 이뤄져야만 할 것이다. 한편 개정되는 전파법은 이미 다가온 디지털시대에 대비하고 위성통신과 같은 새로운 기술영역을 포함할 수 있도록 준비돼야 할 것이다.

<朴圭泰 연세대 교수, 전자공학>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