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업계, 한전 원격제어에어컨 개발 재추진에 강력 반발

올들어 에어컨 수요가 전년대비 40% 이상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국전력공사가 「원격제어 에어컨」 개발사업을 재추진,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전이 보급하려는 원격제어 에어컨은 소비자들에게 에어컨 사용을 일방적으로 제어당하는 불편을 감수토록 하는 것이라 결과적으로 에어컨 수요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 뻔한데다 한전측이 모든 부담을 업체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이 추진하고 있는 원격제어 에어컨 개발계획은 신규보급되는 소형에어컨 내부에 에어컨 제어회로와 연계된 수신장치(무선호출기)를 부착하고 전력수급 비상시 무선호출망을 통해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에어컨 사용을 직접 제어하겠다는 것.

이는 지난 94년 전력난이 극심해지자 한전이 일시적인 전력난을 효과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추진했으나 한전측에서 보급촉진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데다 업체들의 참여도 부족해 실패를 거듭해왔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더울 때 사용하려고 구입하는 제품이 에어컨인데 한참 더울 때 사용할 수 없다면 누가 에어컨을 사려 하겠느냐』며 『발상자체가 에어컨업체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한전은 수신장치를 외장형으로 만들어 직접 보급하면 에어컨 수요를 위축시키는 맹점도 없고 기존에 보급된 에어컨에도 설치할 수 있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업체의 주장을 도외시한 채 수신장치를 에어컨에 내장하는 방안만을 고집하고 있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보다는 자신의 편의만 도모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측은 『무선호출기 가격이 낮아져 제조원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 업체들이 해보지도 않고 불평부터 한다』며 『외장형으로 만들어 보급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설치작업은 물론 설치에 소요되는 비용을 모두 한전에서 부담해야 하는 반면 업체들이 제품 생산시 이를 내장해주면 손쉽게 보급할 수 있어 내장형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에어컨에 무선호출기를 내장할 경우 가격이 크게 높아져 보급촉진책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정부에서도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IMF한파로 인해 침체된 내수진작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마당에 한전측이 이처럼 상품성이 없는 원격제어 에어컨 개발, 보급을 강행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한 게 사실이다.

더구나 한전의 경우 올해 그동안 절전업체에 제공하던 요금할인 혜택도 없애기로 하는 등 전력공급량이 남아돌아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이번에 재차 추진하고 있는 원격제어 에어컨 개발계획은 가능성도 희박하고 뚜렷한 목표도 없는 일로, 업체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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