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유명한 자동차업체들에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리콜을 싫어하는 점이다. 신차가 성능에 문제가 있어 설사 인명을 해칠 수 있다 하더라도 자발적인 리콜은 하지 않는다. 엄청난 비용이 들고 이미지도 크게 실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자동차업계는 문제가 된 자동차 때문에 소비자에게 손해배상을 하는 것과 리콜하는 데 따르는 비용을 가늠해 본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경우는 손해배상을 하는 것이 리콜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고 한다. 결국 자동차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람의 몸값이 리콜비용보다 싸다면 항상 리콜은 최후 수단일 뿐이다.
최근 전자업계에 「6시그마 품질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그리스 문자인 시그마(σ)는 통계학에서 표준편차를 나타내는데 6시그마는 1백만개 가운데 표준을 벗어나는 것(불량)이 3.4개를 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그것을 수치로 나타내면 제품의 합격률이 99.99966%이다.
드물기는 하지만 한번 사고가 나면 대형 참사를 빚는 항공사고를 예를 들면 합격률이 99%일 경우 전세계적으로 주요 공항에서 하루평균 2건의 항공기 이착륙 사고가 터진다고 한다. 합격률이 99.99966(6시그마)일 경우 사고율은 5년에 1건 정도로 줄어든다. 그러니 99%와 6시그마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런데 이러한 품질관리 운동도 항상 유통과는 마찰을 빚는다. 엄격한 품질관리 운동을 펴다보면 때로는 제품출고가 늦어져 유통 측면에서는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래서 유통부서에서는 일단 제품을 빨리 출고시킨 다음 불량제품에 대해서는 바꿔주면 되지 않냐고 주장한다.
인명의 안전과 무관한 제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불량품 때문에 불편을 좀 감수하면 되지만 안전과 직결되는 제품일 경우 그 상황은 달라지게 된다. 전자부품도 다양한 분야에 쓰이니 만큼 품질관리 운동은 기업체의 순익증가라는 목표 외에도 인명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결코 간과될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삼성전관이 협력업체인 부품업체들과 함께 벌이는 6시그마 품질운동은 충분히 장려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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