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기상예보용으로 사용중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보화기술연구본부(전 시스템공학연구소)의 수퍼컴 용량이 한계에 이르러 국지적인 기상예보 등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따라 국지적인 집중호우를 비롯한 기상정보 등을 신속히 분석해낼 수 있는 기상전용수퍼컴퓨터의 도입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기상청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상청은 현재 올해말 리스임차가 완료되는 기상예보용컴퓨터(VPX220/10)와 ETRI의 수퍼컴퓨터를 빌려 사용하고 있으나 기상예보용 컴퓨터의 경우 5일 이상 중장기 예보 및 옐리뇨 등 기후예보모델 개발에는 처리용량이 부족하고 ETRI의 수퍼컴 역시 사용량의 한계로 전지구, 지역예보 모델 및 태풍 악천후의 기상예보모델을 운용하는 데 한계에 이르고 있다.
특히 ETRI가 보유하고 있는 벡터수퍼컴퓨터(C90)의 경우 정부출연연 등 84개 기관이 공동으로 사용, CPU의 평균 사용률이 4월말 현재 월 97.0%로 한계를 보이고 있고 ETRI가 연구용 목적으로 들여온 초병렬수퍼컴퓨터(T3E)역시 전체 활용률이 특성상 최대 사용률의 한계수준인 70∼75%에 근접한 60%에 이르고 있는 등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T3E기종의 경우 국지기상예보에는 8시간이상 CPU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고 장마철 등 급변하는 기상변화에 대해서는 최소한 12시간이 소요돼 사실상 예측이 어려운 실정이다.
ETRI의 수퍼컴 사용 현황을 보면 C60기종의 경우 지난해 평균 월간 사용률이 92.3%이고 지난 4월에는 99.1%에 이를 정도로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9월부터 가동한 T3E기종 역시 지난 5월 한계치인 67.3%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 기상청은 2천만 달러의 예산으로 5년간 리스방식으로 계산속도 1백Gflops이상급의 기상전용 수퍼컴를 도입키로 하고 지난 4월 대통령 업무보고 때 기상전용 수퍼컴의 도입을 건의했으나 대통령비시설측이 기상전용의 별도컴퓨터 도입보다는 ETRI가 도입을 추진한 수퍼컴퓨터 3호기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예산청에 통보하는 바람에 올해 예산에 편성조차 못했다. 그러나 ETRI의 수퍼컴퓨터 신규 도입이 경제난 등으로 전면 보류됨에 따라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는 ETRI의 기존 수퍼컴퓨터을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어서 국지적인 기상예측은 물론 기상모델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따라 청와대측은 뒤늦게 예산청에 기상전용 수퍼컴퓨터의 도입을 재검토해주도록 했으나 예산에 추가로 반영될지는 의문이다.
기상청은 이와 관련, 현재 사용중인 기상예보전용 대체 컴퓨터를 도입키로 하고 이에 필요한 예산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했으나 대체컴퓨터의 연간 리스임차 비용이 30억원에 이르러 수기상 전용컴퓨터를 5년간 리스로 구입할 경우 연간 50억원(5년간 리스로 구입할 경우)과 비교할 때 20억원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차제에 기상전용 수퍼컴퓨터를 도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비절감은 물론 재해예방을 위한 국지적인 기상예측모델개발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상청은 현재 ETRI수퍼컴퓨터 이용료로 연간 1억3천만원을 지불하고 있다.
연구용으로 들여 온 ETRI 수퍼컴퓨터의 분야별 이용현황을 보면 기상대기 분야가 31%로 가장 많으며 기계공학 26%, 물리 15%, 화학 13%, 전기전자 6%, 사회과학 2%, 원자력 1%, 기타 6% 등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문승희 기상청장은 『ETRI의 수퍼컴퓨터는 연구용으로 기상예보를 위해서는 필요한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운용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현업용으로는 불안정하며 예보시 CPU사용시간이 너무 길어 기상예측모델용으로는 활용하기가 어렵다』고 말하고 『현재 보유한 수퍼컴퓨터는 처리에 8시간 소요되고 12시간 후 까지 기상만을 겨우 예측하지만 1백Gflops이상급의 기상전용 수퍼컴퓨터가 도입될 경우 1시간만에 24시간이내의 국지기상예보 등을 현재보다 3배이상 높은 정확도로 분석해 예보할 수 있어 재해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정확한 장기 기상예측으로 산업생산성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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