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바닥에 떨어져도 수요는 있다. 수요가 반으로 줄어도 팔리는 상품은 팔린다. 높은 IMF 파고 속에서도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끄는 상품은 나오게 마련이다. 올들어 상반기동안 어떤 전자제품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았는지 분야별로 점검해 본다.
<편집자>
제조업체는 상품을 만들고 소비자들은 이 상품을 구매라는 과정을 통해 심판한다. 소비자들의 상품에 대한 평가는 품질, 신뢰성, 내구성, 디자인, 서비스의 질 등 다양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한두 가지는 만족시켜야 가치있는 상품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
IMF로 인해 극도로 악화된 시황은 소비자들의 평가를 더욱 엄격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선택돼 「살아남는」 상품의 수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요즘 같은 시기에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는 제품은 기업을 살아남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더해진다.
올들어서도 가전부문에 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와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기에 바빴다. 하지만 냉랭한 시장상황은 제품판매를 위축시켜 대부분의 업체들을 판로확대에 급급해 하게 만들었다. 가전의 경우 소비자들의 수요심리 위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정도 시장 규모가 줄었다. 특히 TV, VCR, 냉장고, 세탁기 등 주력 품목판매는 공장 가동률 유지에 문제가 생길 만큼 판매 부진이 심각했으며 오디오의 경우 판매 부진이라는 단어사용이 진부할 만큼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컴퓨터와 주변기기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빠른 속도로 짧아져 가던 제품 라이프사이클이 최근 들어선 멈춰선 느낌마저 들게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동전화 및 이동전화서비스시장이 아직까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컴퓨터 및 통신기기들은 수요침체현상을 빚고 있다.
이처럼 경기불황이 계속될수록 업체들의 잘 팔리는 제품을 개발하려는 노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품질과 기능, 우수한 서비스로 꾸준히 수요를 늘리거나 적절한 마케팅으로 수요를 증폭시키는 인기상품이 전체 시장을 주도해 가고 있다. 물론 브랜드 이미지로 소비자들의 인기를 오랫동안 독차지하고 있는 장수 인기상품도 적지 않다.
품질은 소비자들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확실한 조건이다. 품질을 차별화 시킬 수 있다면 돈들여 판촉에 나서지 않아도 판매가 어느 정도 보장된다.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을 알아보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냉장이 잘 되는 냉장고, 세탁이 잘 되는 세탁기, 상황에 맞춰 냉방효과가 뛰어난 에어컨이라면 선택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올 상반기 출시제품 가운데 튀는 디자인과 비교적 염가라는 장점을 겸비한 LG전자 에어컨, 탁월한 품질로 전문가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LG IBM의 노트북PC와 삼성전자의 서버, 세탁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시장수요를 넓혀가고 있는 대우세탁기 등은 소비자들로부터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았다.
마케팅은 제조업체에서 만드는 상품의 품질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때 빛을 발한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 어떤 계층을 노릴 것인가, 어떤 기능을 부여해 차별화할 것인가 등 다각적인 검토를 통한 마케팅은 평준화된 상품시대에 가장 확실한 경쟁력을 제공한다. 특히 만들어진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광고 판촉 능력은 판매의 성공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일정시점이 지나면 업그레이드해주는 삼보컴퓨터의 데스크톱PC, LG전자가 마이크로 컴포넌트의 기능을 부가해 학생층을 겨냥해 만든 미니카세트, 데스크톱PC의 기능을 능가하는 파워풀한 삼성전자의 노트북PC, 꾸준한 품질과 기능을 부각시켜 오랫동안 소비자들에게 어필되고 있는 대우전자 냉장고 등은 업체의 마케팅 능력에 의해 나타난 인기상품으로 꼽히고 있다.
IMF시대를 맞아 현재 가전부문에서 가장 맹위를 떨치고 있는 상품은 IMF형 제품들이라 할 것이다. IMF형 제품은 차별화된 마케팅의 산물이기도한데 기본 기능에 충실한 저가격 제품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 제품은 현재 품목별 판매 비중이 30∼40%까지 이르고 있다. 그동안 업체들의 과열경쟁으로 만들어진 고기능, 고가제품의 틀을 무너뜨리면서 가전제품에 쌓였던 거품을 걷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MF형 제품은 이제 가전업체의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고 갈수록 얄팍해지는 소비자들의 주머니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사용할수록 만족스러운 제품, 품질 뿐만 아니라 디자인, 부가기능 등 다각적인 면에서 소비자들이 싫증을 느끼지 않을 때 만족도가 높은 상품이 된다. 이같은 상품은 짧은 시간동안 잘 팔리고 마는 상품이어서 판매량이 많지 않아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것이 특징이다. 대형 냉장고 시장에서 외산제품의 입지를 좁히고 있는 삼성전자의 「지펠」, 품질은 물론 디자인 만족도가 높은 현대전자 PCS 단말기, 고기능으로 수요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샤프전자수첩 등은 고객 만족도면에서 경쟁사의 제품을 압도한다.
우수한 품질이나 고객 만족도가 높지 않아도 성공한 제품은 있다. 김치를 숙성시켜 언제나 맛있는 김치를 맛볼 수 있게 하는 만도기계의 「딤채」와 같이 아이디어로 성공한 상품, 다른 품목에 비해 월등한 판매량으로 어려운 시장 상황을 극복하고 있는 해태전자 미니미니 오디오, 중소기업 상품으로 대기업 상품보다 지명도에서 앞서는 한창 9백㎒ 무선전화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제품은 업체에서 만들고 인기상품은 소비자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상반기 인기상품은 올 한해동안 시장을 리드해 갈 상품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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