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여파로 인해 국내 주요 PCB업체의 설비 및 연구개발 투자가 중단되거나 대폭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와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대만 PCB업체들은 최근 들어 설비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어 앞으로 국내 PCB업계의 입지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까지 의욕적으로 설비 및 연구개발 투자에 나서거나 투자의욕을 갖고 있던 국내 주요 PCB업체들은 IMF한파 이후 설비 투자를 중단하거나 이미 수립해 놓았던 투자계획마저 보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우리와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컴팩, 난야, 우스, 유니텍, 골드서키트, 유니캡, 타이홍, 월드와이드, 야신 등 대만 주요 PCB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의욕적인 설비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만 반도체업체들이 최근 들어 D램 설비 투자에 적극 나서자 이를 겨냥한 PCB업체의 설비 투자도 덩달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
대만 업체들은 또 향후 수요가 크게 늘어날 뿐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빌드업(Build-up), 임피던스보드, 반도체 테스트보드인 번인(Burn-in)보드, 모듈기판, BGA(Ball Grid Array), CSP(Chip Size Package) 등 첨단 반도체 패키지 기판 분야에 투자를 집중적으로 단행하고 있다는 게 PCB장비업계의 설명이다.
이같은 첨단 PCB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가 마무리되는 내년 하반기부터 대만 PCB업체들은 그동안 일본 및 국내 선두 PCB업체들이 장악해온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공략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대덕전자 이진호 상무는 『이미 올 하반기경이면 5,6개 대만 PCB업체들은 국내 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에 BGA를 비롯한 첨단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이들은 조만간 국내 BGA 시장까지 넘볼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정철 하이테크교덴 사장은 『최근 들어 미국 주요 PCB업체들이 생산설비 및 연구장비를 대만 PCB업체에 매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대만 업체들이 이를 거점으로 하여 인텔, TI, IBM, HP 등 주요 컴퓨터업체의 주기판 및 BGA, 모듈기판 시장을 잠식해 들어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희술 서광전자 사장은 『그동안 국내 PCB업체로부터 임피던스 다층PCB(MLB)를 구매해간 미국 통신기기 및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업체들이 최근 들어 구매처를 대만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국내 PCB업체의 설비 및 연구개발 투자가 중단되거나 보류될 경우 앞으로 2∼3년 후에는 대만 업체에 밀려 세계 PCB시장에서 설 땅을 잃게 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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