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 열성적인 광신도들을 거느린 채 20여년 동안 상영되고 있는 영화 「록키 호러 픽쳐 쇼」가 뒤늦게 우리 관객들에게 주는 의미는 사실상 영화보기의 외도를 맛보는 즐거움과같은 것이다. 황당하고 엉뚱하며 과장된 쇼를 통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조롱과 수다는 천박하지만 때로 통쾌한 감정의 반란을 부추긴다. 이러한 매력이 영화 속 대사와 노래를 함께 외치며 참여하는 능동적 관람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게 된 것이다.
「록키 호러 픽쳐 쇼」에는 코미디와 호러,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혼합과 70년대 당시 미국문화에 대한 온갖 잡다한 패러디들이 가식없이 넘쳐흐르며 대중문화에 대한 숭배의 제의를 치른다. 영화가 수입되기 전부터 영상세대를 자처하는 이들에겐 이미 익숙한 작품이다. 현실에 대한 억압과 욕망의 분출구를 찾는 젊은이들에게 그들의 굶주림을 채워줄 수 있는 멋진 반란의 무대로서 이 영화가 상징하는 의미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록키 호러 픽쳐 쇼」가 컬트영화의 제왕으로 군림하며 수많은 영화학자들로부터 분석의 대상이 되어왔던 것도 이를 반증한다.
친구의 결혼식에서 부케를 받게된 자넷(수잔 새런든 분). 그녀는 남자 친구인 브래드(베리 보츠윅 분)의 구애를 받고 약혼한다. 둘은 자신들을 맺어준 스캇 박사를 찾아가던 중 빗속에서 길을 잃고 성에 도착한다. 성의 주인은 트랜실바니아 은하계에 소속된 트랜스 섹슈얼 행성에서 온 양성애자 프랭크(팀 커리 분)박사. 자넷과 브래드는 프랭크 박사의 성에서 옷이 벗겨진 채 속옷차림으로 정체불명의 손님들과 함께 파티에 동참한다. 하이 힐과 그물 스타킹을 신은 프랭크 박사는 근육질의 남성 록키를 탄생시키고 이런 혼란 속에서 정상적인 이성애자인 자넷과 브래드도 차츰 그들의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프랭크는 자넷과 브래드를 떨어뜨려 놓고 각기 그들과 관계를 갖고 자넷은 죄책감과 혼란 속에서 록키와 함께 자신의 정념을 불태운다. 이들의 파티는 스캇 박사의 방문으로 예기치 못한 반란에 부딪힌다. 포르노와 오토바이,록큰롤에 열광하던 바보 같은 조카 에디를 찾으러온 스캇박사는 식탁 밑에 누워있는 에디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프랭크의 하인 리프래프(리처드 오브라이언 분)와 마젠타(패트리샤 퀸 분)는 행성으로 돌아가기 위해 프랭크를 죽인다.
「미드 나잇 무비」의 대명사로 지칭되는 「록키 호러 픽쳐 쇼」의 매력은 강박관념이 배제된 여유와 해방감이다. 물론 이러한 해방감도 지금 현재 우리의 것은 아니다. 난교와 근친상간, 성도착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겐 그 이미지가 너무 낯설고 황당하다. 그러나 혼란을 혼란으로 받아들이고 열린 마음으로 응답해 나간다면 또 하나의 새로운 영화보기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엄용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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