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케이블TV 공공채널인 KTV의 위상을 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화부 산하 국립영상제작소가 운영하고 있는 KTV는 국회 본회의 의사 일정을 생중계하고 주요 국정 홍보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영하는 공공채널로 출범했으나 그동안 케이블 프로그램공급사(PP)를 대상으로 몇차례 실시됐던 시청률 조사에서 최하위권을 면치 못햇으며 프로그램 내용도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등 공공채널로서의 위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들어 공공채널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KTV의 위상 정립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있는 것이다.
KTV의 위상정립과 관련해선 그동안에도 물밑에서 다양한 논의가 있어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KTV를 정부 소유 채널로 남겨두는게 바람직한가」,「YTN, 아리랑TV, 리빙TV등 다른 공공채널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하는 등의 문제가 핫이슈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모대학이 정부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연구보고서가 나와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 연구보고서는 국립영상제작소의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방안,국립영상제작소가 갖고 있는 KTV의 제작기능을 민간 제작업체에 이양하는 방안,국정홍보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국립영상제작소와 정부간행물 제작소를 합병하는 방안,국립영상제작소와 대외 홍보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TV)을 합병하는 방안등을 다각도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보고서는 기존의 국립영상제작소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고 민간기업에 제작기능을 위탁하지않는 방안을 최선의 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의견이 KTV의 위상 정립에 과연 어느 정도 도움을 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업계 전문가들은 KTV의 위상정립을 위해선 공공 채널의 위상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는게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CSPAN」,「Court TV」등 케이블TV 공공채널의 위상을 살펴보는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상하원의 의사일정을 생중계하기 위해 지난 79년 설립된 미국의 「CSPAN」은 전국의 케이블 방송국들이 가입자당 3센트씩 지불하는 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조직으로 상업광고를 하지않으며 정치적인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나 정부 유관단체로부터 어떤 종류의 기금도 받지 않고 있다. 또한 의사일정을 일체의 논평과 편집없이 국민들에게 내보낸다는 원칙을 준수하고 있으며 워싱턴 정가의 소식을 알려주는 시사프로그램도 일부 방송,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92년 출범한 영국의 공공채널인 「The Paliamentary Channel」 역시 8개 케이블방송국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자금을 내는 비영리조직으로 하원과 상원의 의사 일정을 논평없이 중계,의회 전문 채널로 뿌리를 내린 상태다. 주요 형사 및 민사재판을 생중계하는 미국의 공공 채널인 「Court TV」는 지난 96년 심슨 사건의 재판과정을 생중계해 공공채널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 공공 채널은 굳이 정부가 소유하지 않고서도 공익성과 민주주의의 구현에 앞장서는 채널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현재 KTV가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따라서 KTV의 위상정립방안은 단지 공공채널의 구조조정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공공성 확보,민주주의의 구현을 선도하는 매체라는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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