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지적재산권을 보호하자

南榮振 한국영상음반협회 사무국장

창작자가 피땀 흘려 노력한 결과의 산물인 저작물은 창작자의 혼이 담겨 있는 지적재산권이기에 마땅히 보호돼야 한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국내에도 저작권법,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음비법), 상표법 등의 법률이 제정돼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법들을 위반한 불법 복제물들이 시중에 범람하고 있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남의 밭의 사과는 한 알이라도 주인 승락없이 따먹으면 절도죄가 성립되는 상황에서 지적재산권이 부여된 저작물의 도용, 불법복제 행위는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카세트테이프와 비디오테이프 불법복제물이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투자해 음반을 만들어 발매하면 인기곡은 바로 정품과 똑같은 위조품(정비품이라고 함)이 대량으로 노점상 등에서 판매돼 음반제작자나 가수를 망연하게 한다.

이들 복제품은 정품가격의 절반 값도 안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노점상은 높은 마진으로 인해 손을 떼지 못하고 있으며 서민들은 싼 값을 선호하기 때문에 근절되지 않고 독버섯처럼 계속 자라나고 있다. 더욱이 최신 인기곡만을 골라 모은 「히트앨범」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들 불법 제작자는 고속복사기계를 이용해 인적이 드문 농가나 비닐하우스 지하실 창고, 심지어는 컨테이너 등에서 복제해 야간이나 새벽에 유통시키고 있으며 수시로 장소를 옮기고 있어 적발에 어려움이 많다. 유통망 또한 점조직으로 돼 있어 역추적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단속에 한계가 있다. 노점의 불법테이프를 수거하고 나면 바로 다시 감추어 두었던 새로운 테이프를 진열해 판매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악순환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처벌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대만의 경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출판물, 음반, 비디오 등의 불법복제가 성행해 세계적으로 해적국이라는 오명을 들어 왔으나 정부에서 강력한 처벌만이 이를 근절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해 타인의 저작물을 불법복제하는 자는 6개월 이상 5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강력히 단속해 불법복제물이 사라져가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떠한가. 음비법상 음반, 비디오물을 불법 복제, 배포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으나 불법복제자가 적발돼도 대부분 벌금형을 받는 실정이며, 설사 구속기소가 되더라도 1심에서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등 처벌이 가벼워 다시 불법 제작자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도 저작재산권 보호의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대만과 같이 불법물 제작자 및 판매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불법음반은 전체 시장의 40%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지하시장이 형성돼 있으며 소매가 기준 약 1천6백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 불법업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불법음반 단속물량이 4백여만점으로 시가로 환산할 때 약 1백15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양이며 이에 대한 단속경비만도 연간 10여억원이 소모되고 있어 원부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국가적으로도 자원이 낭비되고 있는 형편이다.

비디오는 심의를 받지않은 음란폭력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무방비 상태의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며 점차 CD나 CD롬 형태의 새 영상물로 확대일로에 있다.

이와 같은 현상들은 IMF시대를 맞아 어려운 시점에서 설상가상격으로 음반제작자에게 막대한 타격을 주어 제작의욕을 저하시키고 심지어 제작을 포기하게 하는 사태까지 초래하고 있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없다는 경제논리에 따라 국민이 불법음반이나 불법비디오를 사지도 보지도 않는다면 이들 불법물은 자연히 없어질 것이다. 불법 음반, 비디오물에 대한 불감증에 걸린 국민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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