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전자가 6개월여 동안 지속해 온 홀로서기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지난 18일 금융감독위원회가 전격 발표한 퇴출대상 부실기업 명단에 해태제과, 해태유통과 함께 해태전자가 돌연 포함됐기 때문이다.
3개 계열사가 퇴출대상기업으로 선정된 해태그룹측은 『올 것이 왔다』며 사실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비해 해태전자의 2천여 임직원들은 뜻밖의 소식에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해태전자측은 다른 퇴출대상기업들과는 달리 발표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자사가 명단에 올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눈치다. 전날까지만 해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박형 신개념 오디오의 신제품 발표회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발표 전날까지 여러 채널을 통해 확인한 결과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데다 여러 관계자들로부터도 『명단에서 빠졌다』는 축하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표결과는 뜻밖에도 그동안 퇴출대상기업으로 유력했던 해태음료가 명단에서 빠진 대신에 해태전자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제과, 유통과 함께 퇴출대상기업으로 유력했던 음료가 돌연 빠진 것은 아마도 그동안 추진해온 음료의 매각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은행권이 제값을 받기 위해 막판 뒤집기를 한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해태전자는 구색갖추기 차원에서 음료 대신에 명단에 오른 셈이 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과정이야 어떻든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셈이다. 어차피 퇴출기업으로 확정된다는 것은 기업운명이 채권단의 손안에 달려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해태전자의 경우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게 해태전자측의 입장이다.
단지 그간 추진해온 홀로서기 계획을 단념하고 이제는 매각이나 인수합병(M&A)중 하나를 선택해야는 점이 달라진 것일 뿐이다. 물론 최악의 경우엔 청산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해태전자의 경우 국내 오디오산업의 간판격인 업체인데다 시장 점유율 수위를 기록하고 있는 인켈 브랜드와 세계적인 명성의 셔우드 브랜드를 갖고 있어 해외 매각이나 인수합병이 유력할 것 같다』고 내다보고 있다.
채권은행단과 제2,3금융권은 19일 회합을 갖고 해태전자의 향후 처리방안을 처리할 예정인데 일단은 자산매각을 통한 청산보다는 인수합병이나 제3자 매각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선 부도이후에도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오디오사업부의 경우 인켈 및 셔우브브랜드의 부분매각이나 종업원지주회사로 홀로서기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어쨌든 그동안 한국 오디오산업을 이끌어간다는 자부심 하나로 각고의 노력을 해왔던 해태전자는 이제 돌아설 수 없는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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