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산업 "이대론 안된다"

『디스플레이산업에 구심점이 없다.』

세계 제1위와 2위의 생산국을 자랑하는 브라운관과 TFT LCD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현재 디스플레이업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면서 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업체들은 오히려 협력의 길을 찾기보다는 각개전투식으로 헤쳐나가면서 분열상만을 노출시키고 있다. 일본만 하더라도 업계 자율로 협의체를 구성,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데 반해 우리는 따로국밥이다. 업계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주어야 할 정부는 조정능력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됐으며 업체는 눈앞의 이익을 좇아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업계 전반에 폭넓게 퍼지고 있으나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디스플레이업체들은 모두 조단위의 매출을 올리면서 겉모습은 그럴듯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정반대다.

우선 세계 최대의 생산규모를 자랑하는 브라운관업체들은 브라운관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력기종인 15인치 CDT의 경우 현재 60달러선 이하로 지난해 말 80달러선에 비해 무려 25% 가량 떨어졌다. 하락이라기보다는 폭락에 가깝다. 이미 일부 브라운관업체들은 적자생산으로 돌아섰다. 경쟁업체인 일본 업체들은 앞선 기술을 이용해 평면브라운관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 시장을 장악하면서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일본 업체들은 엔절하에 힘입어 주시장인 대만시장에서 우리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수출도 급감하고 있다. 계절적인 요인도 있지만 전월 대비 30∼40%선까지 내려가는 등 심한 판매부진을 겪으면서 재고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국내 업체들끼리 편가르식의 싸움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대로 신사도를 지키면서 잘 진행됐던 지난해와는 아주 딴판으로 상도의마저 흐려지고 있다. 납품처를 놓고 국내 업체끼리 싸우다 가격만 하락시키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자주 연출하고 있다.

브라운관의 이야기만 아니다. 브라운관의 1백년사를 종식시킬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을 받았던 TFT LCD업체들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4월부터 브라운관과는 반대로 조금씩 살아나면서 가동을 늘리고 있지만 가격하락으로 적자생산에서 허덕이고 있다. 더구나 TFT LCD모니터시장을 놓고 국내 업체들끼리 경합하면서 업체간의 불화만 심화되고 있다. 또한 일본 업체들이 설비투자를 재개하거나 중단됐던 설비를 가동하기 시작하고 있으며, 대만 업체도 국내 업체의 인수를 추진하거나 일본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이 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IMF의 여파로 겨우 1억달러의 투자에 그칠 전망이어서 현재 누리고 있는 2위마저 위협받게 됐다.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게 업계의 뜻있는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체들의 분산된 힘을 결집할 수 있는 협의체와 같은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고 말한다.

<원철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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