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침 우리나라 월드컵 대표팀이 멕시코 대표팀에 패배한 직후 모 일간지 광고에 그라운드에 나둥그러진 축구화의 사진과 함께 「일어서라」라는 정신 번쩍 들게하는 광고가 출현, 시선을 끌었다.
우리나라 월드컵 대표팀 경기가 패배로 끝나고 3~4시간 이후에 배달된 신문광고는 다름 아닌 신세계 백화점의 이미지 광고로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한가닥 희망이었던 16강 기원의 발판이 일순간에 무너진 허탈감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선취골을 넣으면서 희망찬 출발을 했으나 전후반 내내 멕시코에 끌려 다니는 모습이 우리나라가 IMF체제하의 어려운 상황과 너무나 흡사했기 때문에 모두가 아쉬움과 울분에 밤을 지샜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 광고가 주는 메시지는 세계에 우리나라가 건재하다는 것을 통쾌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바램이 공 하나에, 선수 하나에 깃들여 있었기 때문에 더욱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국민들의 심정을 다소나마 위안을 주자는 의도였다.
그라운드에 끈을 풀어헤치고 바닥을 드러내며 누운 축구화는 바로 우리의 모습을 나타내고 대갈일성 「일어나라!」라는 해드카피는 바로 우리가 들어야 할 말이었다는 것을 은연중 암시하고 있다.
월드컵 특수를 타고 많은 행사와 경품들을 경쟁적으로 걸어 놓고 있으며 모두들 승리에 대해서만 말하고 들떠있었지 정작 패배했을 때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신세계백화점은 누구도 생각하기 싫었던 예상(패배)을 발빠르게 광고로 제작해 유통업계는 물론 광고업계 관계자들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이번 광고를 제작한 웰커뮤니케이션즈(웰컴)는 당초 1승의 기쁨을 나누는 안과 무승부의 아쉬움을 떨치고 무(제로상태)에서 시작하는 안, 그리고 마지막으로 패배의 「일어나라!」라는 3가지 안을 모두 준비했었다.
광고기획을 담당했던 웰컴의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으로 하여금 우리국민을 가슴으로 생각하는 진정한 서비스정신을 가진 기업으로 비추어 주는데 초점을 맞추었으며 비롯 잘 만든 광고이지만 나가지 않기를 바랬다』고 한다.
경쟁관계에 있는 대부분의 광고대행사들도 웰컴의 신속한 움직임과 참신한 내용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광고라기 보다는 진솔한 대화로 들려오는 이 신세계백화점 광고를 보면 패배를 하고 16강의 꿈이 좌절되고, IMF의 어려움이 더 길어지더라도 우리 겨레의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을 다시금 다지게 하는 의미있는 광고라는 평을 받고 있다.
21일 새벽에 전개되는 네덜란드 대표팀과의 결과 뒤에는 어떤 광고가 나올지 자뭇 궁금해진다.
<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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