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디지털 이퀴프먼트 주주들의 승인을 마지막으로 컴팩과 디지털간 합병이 4개월여만에 최종 마무리되면서 드디어 컴퓨터업계에 새로운 공룡이 탄생했다.
96억달러라는 컴퓨터산업사상 최대규모의 합병이 완료됨에 따라 컴팩은 이제 PC업체라는 허물을 벗고 중대형서부터 프로세서,서비스등을 모두 아우르는 그야말로 정보기술(IT)시장의 거인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우선 외형적으로도 컴팩은 합병전 2백20억달러 매출규모에서 3백80억달러로 불어난다.이는 IBM과 휴렛패커드(HP)에 이어 세번째로 큰 덩치.게다가 오는 2천년에는 매출 6백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어 어쩌면 2위인 HP마저 위협할 수 있는 세력이 될 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합병후 컴팩이 어떤 사업구상을 펼칠 것이냐에 따라 IT시장판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16∼18일 미국 뉴욕의 「PC 엑스포」에 참가한 에커드 파이퍼 회장(CEO)의 행보에 그 어느때보다 높은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이 전시회 개막을 장식했던 파이퍼회장의 기조연설은 한마디로 『이제 컴팩이 모든 고객들에게 언제나 모든 것이 될 것(Compaq will become all things to all customers at all times)』이라는 점으로 집약된다.
즉 일반 소비자에서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컴퓨터,통신,서비스의 모든 것을 언제나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됐다는 얘기다.
파이퍼회장이 디지털 합병완료와 함께 밝힌 향후 목표는 다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엔터프라이즈 컴퓨팅분야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점이다.금융과 통신은 컴팩이 특히 눈독을 들이는 시장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의 알파칩과 유닉스는 전략무기가 된다.
컴팩은 이 플랫폼을 이미 자회사가 된 탠덤 및 자사가 개발한 클러스터링 기술과 결합시킨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둘째 유닉스플랫폼과 그동안 주력해 왔던 윈도NT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컴팩은 이 둘을 무리없이 이어줄 수 있는 미들웨어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 결과 64비트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는 엔터프라이즈 컴퓨팅에서도 유닉스와 윈도NT플랫폼을 효율적으로 병행해 나갈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합병의 핵심인 컨설팅 및 서비스사업에 앞으로 큰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와 관련,컴팩은 오는 2천2년까지 매출규모 1백50억달러의 글로벌 서비스사업체제를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새로 태어나는 컴팩은 엔터프라이즈시장에 역점을 둘 방침인 만큼 현재 이 분야의 유력한 아키텍처인 알파칩에 대해서는 계속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파이퍼회장은 알파칩이 인텔의 64비트 칩인 머세드보다 2년이나 앞서는 제품이라며 앞으로도 이의 개발에 계속 투자해 나갈 방침임을 천명,향후 알파칩이 머세드에 의해 대체되지 않겠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그리고 파이퍼회장이 밝힌 사업구상과 관련해 주목할 점은 「직판체제의 강화」이다.
이는 컴팩 전략의 최우선 요인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웹판매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또한 이같은 전략은 직판시장의 독보적 존재인 델 컴퓨터를 상당히 의식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이미 상당수의 자사 리셀러들이 웹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를 모두 합치면 인터넷을 통한 컴팩 제품의 매출은 하루 6백만달러에 이른다고 강조한다. 즉 인터넷을 통한 매출이 델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컴팩의 이같은 전략은 현재 이 회사가 리셀러들을 통한 공급체제도 병행하고 있지만 결국 델과 같이 직판체제로 가는 수순이 아니겠냐는 분석을 낳게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파이퍼회장은 PC엑스포에서 「컴팩 온라인 서비스」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특송업체인 UPS나 통신업체인 GTE 등과 협력,중소업체들에게 웹 호스팅,데이터 백업,온라인 우편,시스템 운송,안전한 문서교환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으로 최근 중소기업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는 컴팩의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컨설팅 및 서비스부문도 향후 컴팩의 행로에 중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이다.
특히 그동안 컴팩이 자체 서비스 사업본부가 없었던 만큼 이번 합병으로 이 부문에 거는 기대는 대단하다. 3천명의 유닉스분야 기술자와 인증을 받은 2천명의 윈도NT 엔지니어를 포함,전세계 2만5천명에 이르는 서비스 인력을 확보하게 됨에 따라 컴팩은 그야말로 글로벌 서비스 체제를 구축할 수있게 됐다.
따라서 이번 합병으로 1만5천명의 디지털 인력이 정리될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사업부에서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업부문에선 디지털의 PC사업이 결국 사라지는 운명을 맞게 된다. 컴팩의 PC사업과 직접적으로 중복되는 부분인 만큼 디지털의 현재 공급하고 있는 제품주기가 끝나면 결국 컴팩의 PC제품으로 흡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의 PC라인중에서 슬림형 노트북제품인 「하이노트」브랜드는 살아 남는다.
아무튼 이번 합병의 완료로 컴팩은 당분간 내외부적으로 상당한 변화를 경험해야 할 것이다. 컴팩은 합병에 따른 기업재구축(리스트럭처링)비용으로 20억달러를 책정해 놓고 있다. 이는 당장 컴팩의 재무구조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지 모른다.
그리고 합병에 따른 두 업체간의 이질적인 문화를 통합하고 조직간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과제로 남는다. 컴팩이 이러한 문제를 무리없이 해결하면서 PC같은 그동안의 핵심사업에 타격을 받지 않고 향후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해 나갈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구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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