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일고 있는 반독점 물결이 유럽에도 밀어닥치고 있다.
세계 PC시장을 지배해 온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이 미국 당국에 의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된 가운데 유럽에서는 특히 월드컴과 MCI커뮤니케이션스의 합병건과 MS의 불공정행위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미국 장거리전화업체인 월드컴과 MCI가 합병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11월. 당시 발표된 합병규모는 3백70억달러의 초대형으로 이 합병이 성사되면 전세계에 2천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연매출 3백7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통신업체가 탄생할 전망이다.
그런데 이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해 미국 당국의 타당성 조사와는 별도로 유럽위원회(EC)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국 업체인 두 회사의 합병에 EC가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은 유럽지역 국가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간 합병 등을 감시하고 반독점 조사권을 행사할 권한을 이 위원회가 갖고 있기 때문.
월드컴과 MCI는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장거리전화 및 인터넷 서비스 사업 등을 하고 있기 때문에 두 회사의 합병은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EC의 통제대상이다.
특히 월드컴과 MCI는 유럽에서 인터넷 간선(백본)망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업체로 이들이 합병할 경우 이 부문 통신량의 절반이상을 합병회사가 차지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스프린트와 GTE 등 경쟁업체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에 띠라 EC는 최근 두 회사의 합병승인 여부를 검토하면서 합병의 조건을 내걸었다. 월드컴과 MCI의 인터넷 간선망 사업을 매각하라는 것이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인터넷 시장의 독점을 막겠다는 의도다.
카렐 반 마이어트 경쟁분과위원장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진 EC의 이같은 합병조건에 대해 MCI는 자사의 인터넷 백본망 사업을 영국의 케이블&와이어리스에 6억2천5백만달러에 매각키로 합의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특정된 한 두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는 것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반 마이어트 경쟁분과위원장은 월드컴과 MCI의 경쟁업체들의 불만을 수용, 이 정도 양보로는 합병을 승인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분석가들은 이에 대해 EC의 요구는 월드컴이 인터넷 사업관련 자회사인 UU넷을 처분하라는 것이라며 이를 월드컴이 수용할 것인지가 합병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반 마이어트 경쟁분과위원장이 주도하고 있는 EC의 반독점 정책은 MS의 사업관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EC는 MS가 브라우저 채용과 관련해 프랑스텔레콤을 비롯한 유럽지역 25개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과 맺은 계약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EC 조사의 핵심은 이른바 「크로스 프로모션」 조항으로 양측이 서로 상대방의 제품를 홍보한다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EC는 넷스케이프 등 다른 브라우저 업체들에도 공정한 시장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이 조항이 유럽의 ISP들에게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기 위한 부당한 내용이 아닌가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MS는 유럽지역에서 50%의 점유율로 브라우저 시장에서 넷스케이프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C가 이처럼 최근 강력한 반독점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통신자유화 등의 물결을 타고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독점 형태를 견제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EC가 독일의 베텔스만과 키르크 그룹의 디지털TV부문 합병 계획을 독일 디지털TV 시장의 독점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무산시킨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EC의 이 같은 정책은 「유럽 정보고속도로」의 구축을 지연시키는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게 받고 있어 앞으로 EC가 독점규제와 정보기술산업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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