梁在賢 한길정보시스템 사장
첨단 기술개발 집단의 가치판단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신제품들은 대부분 「테크노모노폴리」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테크노모노폴리란 기술이 일부 전문가에 의해 독점되는 것을 말한다.
이렇듯 현대기술이 고객을 등지고 테크노모노폴리에 빠지게 되는 것을 전문가들은 「스파게티 증후군」이라 부른다. 스파게티 증후군이란 어지럽게 뒤섞여 본질을 파악하기가 어려워진 상태를 말하며 의학 분야에서 차용된 용어다. 의학에서는 이를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할 때 파이프나 튜브, 전선이 뒤엉켜 환자가 보이지 않게 되는 상태를 지칭할 때 사용한다.
기술의 스파게티 증후군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징후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접시에 담겨 있는 스파게티처럼 시작과 끝이 분간이 안될 만큼 엉켜 있는 현상이다. 이처럼 뒤엉킨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그 구조를 설계하고 제조한 사람들뿐이며 고객은 이해의 테두리 밖에 방치된 주변인으로 남아 있게 된다.
둘째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보태서 해답을 내려는 사고방식이다. 대부분의 개발자는 이런 사고방법에 익숙해져 있다. 제품의 개선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스파게티 상태가 되어버린 제품의 경우를 주위에서 쉽게 찾아 볼 수가 있다.
셋째는 복잡할수록 고급이라는 가치관이다. 기술변화 추이가 난해하고 복잡한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한 쪽보다는 복잡한 구조를 고급기술, 첨단제품이라 생각해 버린다. 복잡한 것일수록 고급이라는 인식에 사로잡히면 기술개발의 본질인 기본기능에서 벗어나 주변의 것으로 쏠리고 만다. 그로 인해 불필요한 기능들이 추가되고 전체 기능에서 꼭 필요한 본질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어 기능이나 비용적으로 비효율적인 제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넷째로는 본질의 저하 현상을 들 수가 있다. 복잡하게 설계하므로 본질기능의 성능이 저하된 기능을 개선하기 위하여 더욱더 복잡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경우다.
스파게티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복잡화가 아닌 간명화의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즉 누구나 이해하고 알기 쉬운 제품을 개발하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고객들도 제품의 사용에 주체적으로 관여할 수 있게 되며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가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다.
새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에 부응해 IMF의 어려움 속에서도 신기술을 자산으로 한 많은 벤처기업이 설립되고 있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다. 무차별적으로 서구의 제품들을 도입해 좁은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던 데서 순수한 국내 기술로 개발된 제품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겨룰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품 개발의 목표를 해외 경쟁제품과의 기능 비교에만 초점을 맞추었을 경우 자칫하면 「스파게티 증후군」의 나락에 빠져들게 됨을 잊어서는 안된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개발자는 제품의 차별성을 기능의 숫자보다 목표 고객의 특성화에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민주주의를 정의하였듯이 「고객에 의한, 고객을 위한, 고객의 제품」 만이 무한경쟁시대에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임을 국내의 벤처 기술인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다.
경제 많이 본 뉴스
-
1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2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 조기 지정
-
3
GDP 2배 넘는 민간 빚…“금리 인하기, 금융취약성 커져”
-
4
빗썸, 휴면 자산 4435억원 반환 나선다
-
5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6
원·달러 환율 1480원 넘어...1500원대 초읽기
-
7
최상목 “韓 권한대행 탄핵소추 국정에 심각한 타격…재고 호소”
-
8
내년 실손보험 보험료 '7.5%' 오른다
-
9
최상목 “국무총리 탄핵소추로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 증가”
-
10
녹색채권 5兆 돌파…“전기차·폐배터리 등 투자”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