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엔貨약세에 따른 전자정보통신 업계 영향

달러화에 대한 엔화약세가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지속되면서 수출확대로 외환위기를 극복하려는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은 17일 「급격한 엔저의 원인과 파급효과」 보고서를 통해 엔화약세가 지속돼 달러당 1백50엔을 넘어설 경우 우리제품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려 실물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가까스로 진정돼 가고 있는 금융 및 외환시장 불안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엔약세 여파로 우리의 주력 시장인 아시아국가들의 경제가 크게 위축돼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원화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수출증가율이 5%대에 머물고 있는 것도 바로 아시아시장의 위축 때문이라는 게 삼성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1~4월 중 대미 및 대EU수출이 각각 13.0%, 19.7% 증가한 데 반해 대아세안 및 대일 수출증가율이 각각 27.1%, 12.0% 정도 줄어든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급격한 엔화약세 추세가 지속돼 달러당 1백50엔 이상으로 오를 경우 전체 수출의 60%가 일본제품과 수출시장에서 경합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제품의 대일 가격경쟁력 유지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엔화약세에 따라 가전과 자동차가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고, 그 다음으로 기계, 철강업종을 꼽았다. 반도체 및 석유화학, 조선 등은 상대적으로 파급효과가 적을 것으로 분석했다.

엔약세에 따른 전자, 정보통신 관련 산업의 영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전> 국내 가전업계의 수출감소와 채산성 악화를 유발할 것이다. 지난해말 외환위기 이후 국산제품의 수출단가가 25% 이상 하락했지만 현재 달러당 1백40엔의 환율에서 일본제품과의 가격차는 컬러TV의 경우 5~20%, VCR는 10~1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의 엔저 추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가전산업 가운데 특히 중급품은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엔화가 달러당 1백50엔대로 절하될 경우 일본제품이 국내시장을 상당폭 잠식할 뿐만 아니라 가전의 전체수출은 10% 이상 감소할 것이다. 특히 VCR의 경우 일본제품에 대한 가격경쟁력을 거의 상실한다.

내수도 수입선다변화조치의 해제와 맞물려 품질이 우수한 일본 가전제품이 국내시장에 대거 진출, 상당폭의 시장잠식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가전산업의 경우 일본에서 많은 부품을 수입하고 있으나 엔화약세에 따른 부품수입가 하락효과를 거의 볼 수 없는 실정이다. 현재 가전기업들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대부분의 부품들은 기술력 부족에 따른 것으로 가격탄력성이 매우 낮다. 따라서 일본기업들이 수출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큰 만큼 엔화약세에 따른 부품의 수입가인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컴퓨터, 통신기기>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제품이 저부가가치 단말제품 위주로 구성돼 있어 첨단장비 위주인 일본의 수출구조와 달라 세계 수출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지 않아 엔화약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 하지만 엔화약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강화돼 국산제품의 수출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 환율추이에 따른 영향보다 국제수급상황에 민감한 관계로 엔저의 영향은 소폭에 그칠 것이다. 국제 현물시장에서 16M는 1.5달러, 64M는 7.5달러까지 하락하는 등 가격하락으로 업계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돼 있어 일본 업체들도 당분간 단가인하보다는 채산성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이며, 이같은 맥락에서 국내 반도체 3사의 감산추진에 일본도 동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64MD램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이 치열한 상태로 엔화의 약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산 제품의 수출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으며, 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엔저를 틈타 반도체 거래물량의 20% 정도를 소화하는 국제현물시장에서 가격을 교란시킬 가능성도 크다.

이에 반해 반도체 재료나 장비의 경우 대일 수입의존도가 각각 34%, 50%에 달하는 등 매우 높아 엔화약세로 인해 반도체산업의 수입부담은 어느 정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의 대응> 환리스크의 최소화를 비롯한 보수적 사업전개 및 자금관리 강화, 수출경쟁력 유지와 대체시장 개발, 비상경영체제 강화 등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주문했다. 이밖에 일본제품과 경쟁격화에 대비,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선진국 시장에서 엔화약세로 인해 다시 시장잠식을 당하지 않도록 시장공략을 강화하고 동남아시장의 침체를 보완할 대체시장 공략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구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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