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방송업계 구조조정의 핵으로 떠오른 한국전력의 통신산업 자산 정리 논의는 해외매각보다는 국내 통신, 방송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임 장영식 한국전력 사장이 정보통신 부문의 시설 및 지분을 포함한 비전력분야 자산(4조원 규모)을 구조조정 차원에서 매각할 방침을 잇따라 밝히자 국내 기간통신 및 방송관련업계는 이의 해외매각을 반대하는 한편 국내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전력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통신 부문의 시설을 해외매각할 경우 이미 한전망을 통해 각종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인 하나로통신 등 후발 기간통신사업자와 두루넷을 비롯한 회선임대사업자는 물론 케이블TV산업까지 외국업체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산업 자체의 자생력 상실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현재 광통신망 9천3백여km, 케이블가입자망 2만6천여km, 전력구 및 관로 2천4백50km, 철탑 및 전주 5백11만기 등 막대한 기간통신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법률적으로는 자가망에 해당하지만 실제적으로는 한국통신에 버금가는 기간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시내전화 상용서비스를 앞두고 설비투자를 준비중인 하나로통신은 한전망이 외국인에 매각될 경우 사업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한국전력의 케이블가입자망을 활용하는 54개 SO들도 전송망의 해외매각이 이뤄지면 케이블TV산업 및 부가통신사업이 완전히 외국에 종속된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전력과 레인보우서비스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두루넷도 크게 우려하고 있는 상태이다.
한국전력 통신망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이들 사업자들은 이 때문에 한국전력 통신시설의 일방적인 해외매각보다는 국내기간통신산업의 강화 및 방송, 통신의 융합촉진 차원에서 국내업체들에 양도해야 한다는 의견을 관련 정부부처에 제시할 계획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전망을 현재 한국통신과의 경쟁에서 계속 밀리고 있는 후발 기간통신사업자들 가운데 지분관계로 묶여 있는 사업자들에게 매각하고 이를 통해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통신산업 경쟁 확대 정책을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 경우 이미 논의가 시작된 기간 통신서비스 시장구조 조정과 맞물려 후발주자들의 입지를 확보하는 한편 국민들에게는 한국통신과 엇비슷한 양질의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전망은 인수하는 것외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설득력을 갖는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설비 정산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면 현재 한전의 1백% 자회사로 운영되는 한전정보네트워크에 일단 한전망을 넘기고 곧바로 국내 기간통신사업자는 물론 해외 투자자까지 끌어 들이는 지분 변동을 추진, 이들로 컨소시엄이 이루어진 별도회사가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방안은 한전의 지분 한도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의 의지에 따라서는 현재 한전망을 이용하고 있는 통신 방송업체와 외국인들이 적절한 타협을 이룰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국통신이 넘겨 받는 방안은 기간통신 경쟁정책에도 위배될 뿐 아니라 한국통신으로서도 이를 인수할만한 여력이 없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전력 보유한 정보통신 지분도 향후 예상되는 기간통신사업자들의 경영구도 변화, 해외자본 유치 등을 정부 차원에서 면밀히 검토한 후 해외 매각여부를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현재 하나로통신(7%), 두루넷(9.9%), 온세통신(4.9%), 신세기통신(3.3%) 등 기간통신통신사업자들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시장 전체 판도의 고려없이 한전지분만을 성급히 해외에 매각한다면 국내 기간통신산업의 위상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편 한국전력 장영식사장은 조만간 한전의 정보통신부문 현황 및 가치에 대한 종합보고를 받고 구체적 처리방향에 대해 관계부처와 협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택, 조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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