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디오업체들이 IMF 한파를 계기로 카세트 데크를 컴포넌트 오디오의 기본 사양에서 제외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국내 오디오업체들은 내수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꼭 필요하지 않은 기능을 제거해 가격부담을 줄인 IMF형 컴포넌트 오디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 꼭 필요하지 않은 기능 중 하나로 카세트 데크가 지목된 것이다.
실제로 최근 출시되거나 출시될 예정인 컴포넌트 오디오에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카세트 데크를 기본 구성품이 아닌 선택사양으로 제시한 모델이 적지 않다.
해태전자가 올들어 기획모델로 선보인 맞춤형 미니컴포넌트 오디오엔 카세트 데크와 MD플레이어가 기본이 아닌 선택사양으로 돼있으며, 태광산업이 하반기 출시 예정으로 최근 개발을 끝낸 마이크로 컴포넌트에서도 카세트 데크는 역시 선택사양으로 밀려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 헤드폰 카세트나 염가의 포터블 카세트가 많이 보급돼 있기 때문에 굳이 CD플레이어가 있는 컴포넌트 오디오에 카세트 데크를 덧붙일 필요가 없다』며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단품보다는 세트 중심의 컴포넌트 오디오를 선호하고 있는 데다 꼭 필요한 기능이 아니더라도 모든 기능을 갖춘 풀스펙 제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완전한 디지털 오디오제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카세트 데크를 빼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처럼 업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카세트 데크의 운명은 이미 예정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컴포넌트 오디오는 튜너, 앰프, 카세트 데크, 턴테이블 등 4개의 기본 단품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런데 90년대 들어선 디지털화의 선두주자인 CD플레이어가 등장, 아날로그시대의 대표적인 오디오기기인 턴테이블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대신 꿰찼다.
CD플레이어의 급부상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카세트 데크의 입지를 서서히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CD에 담긴 음악소스를 카세트테이프로 녹음할 수 있게 됨으로써 더블데크가 싱글데크로 점차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선 카세트테이프와 CD의 가격차이가 2배 이상 벌어져 있었던 덕분에 카세트 데크가 여전히 인기를 누려왔지만 요즘 들어 CD가격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데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으로 녹음, 재생이 가능한 미니디스크(MD)플레이어와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가 속속 등장, 카세트 데크도 턴테이블의 전철을 밟을 것이 점차 유력해지고 있다.
아날로그시대의 마지막 보루인 카세트 데크가 홈오디오 세트에서 사라지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그런데 IMF 한파로 인해 그 시기가 좀더 앞당겨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홈오디오세트에서 카세트 데크를 빼는냐 마느냐 여부는 이제 소비자의 선택에 맡겨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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