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사기진작책 필요하다

정부의 출연연구기관 경영혁신 방안과 민간기업의 구조조정안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대덕연구단지내 연구원들의 연구개발의욕이 저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출연연 및 기업연구소들의 연구개발 분위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들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출연연 구조조정안을 내면서 유사 중복연구기능 정비와 연구실적 및 경영평가를 실시해 연구비를 기존에 비해 최소 30%에서 최대 90%까지 차등 지급하고 연봉제를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하자 연구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져 있다.

특히 원자력연, 기계연, 전자통신연, 자원연, 에너지연 등 대부분의 출연연이 명예퇴직제를 통해 연구원을 비롯 행정 및 기능직 종사자 5백여명을 지난달과 이달중 집중적으로 감원해 연구개발은 물론 행정업무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잔류 인원들도 향후 정부 구조조정방안이 구체화할 경우 자신들의 신분 변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연구개발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또 대덕연구단지에 입주한 한화, SK텔레콤 중앙연구원, LG연구원, 삼성종합기술원 등 민간기업 연구소들도 모기업의 구조조정차원에서 연구인력을 축소하거나 사택 반납, 연구개발 분야 축소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어 연구원들의 사기가 저하돼 있다.

더욱이 이들 출연연과 민간기업 연구소들은 이같은 구조조정과는 별도로 기존에 연구원 사기진작방안 차원에서 마련했던 각종 복지제도마저 폐지하고 있어 연구분위기가 크게 황폐화되고 있다. 이번 1차 명예퇴직대상자에서 벗어난 연구원들은 특히 정부와 기업들의 연구비 축소로 인해 연구원 스스로 자체 생존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아래 연구개발은 물론 마케팅을 병행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일부 출연연의 경우 명예퇴직과 직제개편을 통해 연구소 전체에 대해 마케팅 기능을 강화시켜 연구원들이 제품 기획부터 판매까지 고려해야 하는 등 연구 외적인 사항을 강조하고 있어 연구원의 심적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또 기반기술연구를 담당하는 출연연 연구원들은 연구소 차원에서 민간기업의 지원이 없거나 제품개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될 때 투자비용이 과다한 장기과제에 대한 연구개발을 가급적 제외하거나 그동안 추진하던 연구과제의 개발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 연구소의 경우에도 「팔리지 않는 제품 개발은 하지말라」는 본사의 지시에 따라 그동안 장기적으로 연구하던 프로젝트를 크게 줄이는 한편 이들 인력을 상품화 연구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어 자칫 IMF이후에 히트상품 기근에 시달릴 우려를 낳고 있다.

이처럼 연구원들이 자신들의 전공분야가 아닌 상품화 과제에 집중적으로 매달리다 보니 일부 연구원들은 자신의 전공분야를 심층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대학교수 같은 보직으로 옮기기를 희망하고 있다. 전자통신연구원의 모 연구원은 최근 자신이 담당해왔던 연구부서의 연구내용이 크게 바뀌고 기반기술연구보다 상품화 연구분야로 발령받자 대학 교수로 자리를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연구원들은 『IMF이후 출연연과 민간연구소에 대한 구조조정이 연구품질을 높이는 방안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규모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형태의 구조조정이 이어질 경우 유능한 연구인력들이 대학 등으로 이탈해 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또한 『정부 구조조정이 당근과 채찍이 병행돼야만 올바른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지난 연말 대선이후 사기진작책보다는 그동안 연구개발에 매달려온 대부분의 연구원들을 정부기금을 유용한 장본인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정부의 정책을 비난했다.

<대전=김상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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