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준 성진전자 사장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IMF 터널 속으로 빠져들어온 지 6개월이 지났다.
수출증가로 인한 경상수지 흑자, 외환 보유고 사상 최대라는 등의 희망적인 발표가 잇따라 나와 IMF체제를 곧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자세히 내막을 들여다보면 지나온 6개월은 앞으로 닥칠 난관의 서막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낳게 한다.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증가보다는 수입감소로 인한 것이며 그 감소분이 소비재가 아닌 원자재라는 측면에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수출이 전년대비 감소했다는 정부의 발표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국내 전기면도기업계는 끝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얼어붙은 내수시장은 더 이상의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으며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활로 모색도 주변국가의 환율 동반하락으로 큰 이익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IMF 이전부터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의 무차별한 마케팅 전략으로 고사위기에 있던 국내업체는 이제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업체만이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내부 및 외부의 어려움 속에서도 국내업계가 헤처 나갈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소비자의 요구변화에 따른 소량 다품종의 제품 생산이다.
지난 60년대는 소비자의 니즈, 즉 소비자 요구가 백인일색(百人一色)이었다. 예를 들어 검정고무신 하나면 모든 소비자는 만족했다. 그러나 80년대 십인십색의 시대를 지나 현재는 일인십색의 시대가 됐다. 소비자는 자기 스타일만의 제품을 원하고 있으며 이는 중소기업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소량 다품종의 생산이 그것이다.
대기업의 획일화된 자동화 라인은 급작스런 소비자의 요구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우나 중소기업은 단기간에 소량생산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요구변화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단기간에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두번째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힘써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외제 면도기를 구입하는 이유는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많은 경우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내제품의 품질이 외국제품에 비해 그다지 뒤지지 않다는 실험결과가 나오고 있다(97년 3월 소비자보호 실험 등). 그러나 국내시장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국산제품의 가격은 외제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다. 그 큰 이유는 브랜드 이미지가 약하다는 것이다.
셋째 차별화 정책이다. 지금까지 국내업체는 외국제품을 모방하거나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업체끼리의 경쟁이라면 별 문제가 없겠으나 국내시장이 완전 개방된 상태에서 모방한 제품으로 그들과 경쟁한다는 것은 패배하기 위해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품질과 마케팅력에서 우수한 외국기업과 경쟁해서 이기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하다. 애프터서비스의 차별화, 한국인의 특성에 맞는 제품 생산, 외국제품에 없는 독특한 기능 첨가 등 차별화 전략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
현재의 소비자는 훨씬 다양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이 현실이다. 세계화시대에 국민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은 더 이상 바랄 수도 없고 효과 또한 지속되기 어렵다. 국내 면도기업계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능 면에서 우리나라 사람의 기호에 맞고 품질과 가격 면에서 수입품을 능가하는 제품을 만드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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