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흔히 「최고의 직업」이라고 말하는 대학 교수. 그러나 이일병 연세대 교수(컴퓨터과학과, 44)에게 대학 교수라는 직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함을 주기는 커녕, 따분함만 더하는 곳으로 인식되었다.
그가 오랜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지난 85년 모교에 교수로 금의환향했을 때 느꼈던 기쁨은 희석됐고, 그 자리에는 교수라는 직업이 현실적으로 사회에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다는 무력감이 업습해왔다.
무엇보다도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많고 귀중한 연구성과들이 창고에서 사장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한탄하고 있을 때 그의 의지를 시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더존소프트라는 회계전산용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로부터 신용카드 전표 인식기술을 개발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온 것이다.
이 교수가 지난 95년 AI테크라는 문자인식 기술개발 전문회사를 설립한 까닭이다. 그는 미 MIT에서 신경망을 정식으로 전공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문자인식 기술분야에서는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그 후 AI테크사는 신용카드 전표 자동인식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 특히 필기체 자동인식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오히려 엉뚱한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교수는 AI테크를 설립할 때부터 연세대를 비롯해 대부분의 국내 대학들이 교수가 회사의 대표를 겸직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박사과정에 있는 그의 제자를 이 회사대표로 등록해야 했다.
최근 정부가 「벤처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대학 교수 및 연구원이 창업을 원할 경우 3년동안 휴직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도 그에게는 별 도움이 안됐다. 이것마저 대학 당국이 전례가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지난 10여년 동안 모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그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자신의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현실을 보고 창업을 결행했지만 우리나라에서 대학 교수가 기업을 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는 등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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