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실리콘밸리] 인터뷰.. 재미 한국인 기업가협회 이계복 회장

『실리콘밸리에서 신기술은 단지 기본기에 불과합니다. 성공전략은 곧 남다른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이죠.』

지난해 10월 출범한 비영리단체인 재미 한국인 기업가협회(KASE:Korean-American Society of Entrepreneurs) 이계복 회장(40)은 기술 하나만 가지고 척박한 땅 실리콘밸리에 뛰어든 젊은이들을 만날 때마다 이렇게 조언한다.

그는 『현지의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이 스타트업 컴퍼니(Start-up Company)의 투자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절반이 인적 구성』이라고 말한다. CEO가 누군가에 25점, 그밖의 팀 멤버에 25점을 준다는 것이다. 일단 사람을 믿으면 절반의 성공은 보장된다는 식이다. 마치 대스타가 흥행의 보증수표로 통하는 할리우드 시스템처럼 실리콘밸리에서도 스탠포드나 동부 아이비 리그(Ivy League)의 학벌, 돈줄의 상당부분을 움켜쥔 유대계 인맥, 과거의 화려한 경력 등이 캐스팅 요건이 된다.

내세울 만한 백 그라운드가 없는 무명의 한국 젊은이들이라면 캐피털리스트들이 인적 구성 다음으로 후한 점수인 15점을 인정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비즈니스 모델이란 제품을 어떻게 구성해 어떤 마케팅 전략과 유통채널로 시장에 내보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다. 예를 들어 3DO사의 경우 기술을 무료로 개방해 제품의 판매수익보다 서드파티에게 돈을 받는다는 비즈니스 모델을 세웠다가 실패로 끝난 대표적인 케이스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되려면 우선 시장에 아직 충족되지 못한 수요(Need)를 읽어내야 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탁월한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하며 이때 누구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포커스를 정확히 맞춰야 한다. 특히 한국업체들은 비즈니스 모델이 추상적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가 KASE를 설립한 것도 한국업체들이 이같은 어려움을 함께 나눌 만한 인적 유대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현재 벤처창업자, 금융인, 벤처자본가, 엔지니어, 기업간부 등 정회원 1백50명을 포함해 5백여명이 모여 있다.

KASE 회원들은 전자우편으로 뉴스레터를 받아보고 한 달에 한 번 직접 만나 친목을 도모하는 인맥만들기, 즉 네트워킹(Networking)과 패널토의 방식의 세미나를 번갈아 개최한다. 그동안 열린 세미나에서는 「비즈니스 플랜을 어떻게 작성하는가」 「창업은 어떻게 하는가」 등의 주제로 진행됐다.

『한국업체들의 실리콘밸리 진출붐은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하지만 고잉 퍼블릭(Going Public)에 성공하는 업체는 1% 미만이라는 게 이곳의 생존법칙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나머지 99%에 대한 대책이 아니겠습니까. 만일 정부가 정책적 차원에서 이미 안정된 기반을 확보한 제3의 업체에 이들을 흡수통합(Acquisition)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최소한 20%의 업체들을 살릴 수 있습니다.』

이 회장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벤처기업의 초기 생사 문제는 정부의 지원여부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사실 이같은 주장은 뉴욕의 렌슬러 공대(RPI)를 졸업한 뒤 실리콘밸리 1세대업체인 페어차일드반도체를 비롯해 3DO(미국), 애플 재팬(일본), 오세 그래픽스(프랑스) 등에서 12년간 일한 후 95년 크리(Klee) 어소시에이츠를 창업해 오늘에 이른 그의 이력이 뒷받침해 준다.

인터넷 서비스업체 2개사를 합병해 「원오(One-O)」사를 출범시킨 후 스탠포드 대학원생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인수해 에이전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즈멀티미디어와 합병해 네오채널이라는 인터넷 미들웨어 개발업체를 새롭게 출범시키기까지 그가 걸어온 과정이 바로 기업간 흡수통합의 연속이었다.

이 회장은 오는 8월경 뉴욕에 KASE지부를 설립하고 장기적으로 창업 인큐베이터를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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