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매출액 3천5백여억엔 중 70%를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제품으로 벌어들이고 있는 일본의 무라타제작소.
무라타는 주력제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경우 어떤 것은 1개당 1원도 채 안되는 가격인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3천5백40억엔의 매출액을 올렸으며 최근 10여년간 꾸준히 15% 이상의 높은 경상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전자부품 시장을 주름잡는 지금의 무라타가 있기까지는 고도의 세라믹 기술력말고도 탁월한 경영기법이라는 훌륭한 뒷받침이 있었다.
무라타가 구사하고 있는 경영기법은 매트릭스경영이다. 기능별 부문화와 제품 및 프로젝트별 부문화의 혼합형태로 프로젝트와 기능을 혼합해 목적을 좀더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부문화방법이라는 것이 매트릭스경영의 사전적인 의미다.
매트릭스경영이란 말은 요즘에는 별로 귀에 설지 않는 경영관리기법 중의 하나지만 무라타는 지난 60년경부터 이 기법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60년 당시에 매트릭스경영이라는 말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연하게도 무라타의 경영기법은 매트릭스경영과 일치하는 데가 많다.
무라타의 매트릭스경영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사내의 사업부문을 상품, 공정별로 세분화해 개별적으로 손익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무라타에는 그룹사를 포함해 일본에만 2천5백여개의 관리단위가 있다.
무라타가 60년 당시부터 이처럼 계수관리에 철저를 기했던 것은 주력제품인 콘덴서의 생산품목이 확대되면서 공정수가 늘어나고 원가관리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또 생산량의 증가와 함께 호쿠리쿠 지방을 중심으로 한 활발한 생산공장 매입과 공장신설로 계열사가 늘어나 관리의 손길이 그룹 구석구석까지 미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원래 엔지니어집단으로 시작한 무라타는 의도적으로 계수관리를 위한 인재를 육성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제품개발을 위해서라면 값비싼 생산기계나 계측기기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엔지니어적인 기질 때문에 참신한 제품을 탄생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체계적인 금전관리에는 소홀할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무라타는 조직을 관리하기 쉬운 단위로 세분화해 각각 독립채산제 형태를 취하도록해 책임을 지게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관리자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무라타그룹이 갖고 있는 특징 중의 하나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그룹계열사가 모두 1백% 자회사라는 점이다. 특히 일본내에 있는 24개 관련 회사가 모두 완전 자회사다.
이러한 생각도 매트릭스경영에 근거를 두고 있다. 자회사들은 무라타의 사업을 기능별로 분담하고 있어 사실상 한몸이나 다름없다. 개별회사라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손익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무라타는 일의 분담을 융통성 있게 변경할 수 있게 했다. 무라타의 자회사는 특정사업부에 속하지 않고 설비의 특징이나 규모에 따라 여러 사업부의 일을 분담하고 있는 데가 많다.
언뜻 보기에는 관리면에서 혼란을 일으킬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는 조직처럼 보이지만 여기서 매트릭스 경영의 세분화된 손익관리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가령 어떤 사업부의 일이 제품이나 공정별로 여러 자회사로 분할됐다 하더라도 통일기준을 바탕으로 한 관리기준으로 체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라타는 사업 확대에 따라 소규모 공장을 사들이면서 서서히 그룹의 몸집을 키워 왔다. 특히 전자부품사업은 타업종에 비해 기술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각 거점의 사업분담에 따른 재편도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이점에서 무라타의 매트릭스경영이 위력을 발휘한다. 매트릭스를 구성하는 세분화된 여러 조직을 각 거점의 용도에 따라 적확하게 배치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격제도나 급여 등 인사, 노무정책에 있어서도 본사와 자회사간 차별을 없앴다는 점이 무라타의 특징이다. 자회사에 입사하더라도 본사에 입사한 사람과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라타의 이같은 채용정책을 가능케 한데는 문, 이과를 불문하고 각각의 전문분야를 육성한다는 인사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基軸職」이라는 인사제도인데 이 제도는 본인이 연구하려는 주특기분야를 결정하게 해 그 분야를 중심으로 순환인사 및 교육연수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다.
또 올해부터는 자격제도의 일종으로 전문직 제도를 도입했다. 그동안 무라타에는 일반사원자격 8단계와 관리직자격 5단계가 하나의 체계를 형성하는 형태였으나 여기에 전문직 자격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무라타는 또 오는 2000년까지 임원급 전문직제도도 도입하기로 하는 등 전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주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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