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육관수 팀장
지난 5월21일 LG전자가 파격적인 판촉안을 내놨다. 25인치 이상 TV를 구매 고객에게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면 20인치 TV를 한 대 더 준다는 것이었다.
이 판촉안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대우전자 두 회사가 곧바로 비슷한 행사를 하도록 했으며 전자업계는 물론 자동차업체, 백화점, 가구업체, 홈쇼핑업체, 여행사 등 타 산업 분야업체로 순식간에 번져갔다.
내용도 다양하게 변화됐다. 에어컨 구매시에 TV한대 더 주기, TV구매에 VCR이나 오디오주기, 에어컨에 에어컨 한 대더주기 등 한 대 더주기에서 에어컨 구매고객에게 1백만원 환불, 구매액의 30% 또는 50% 적립 등 금전적인 보상안까지 나왔다. 신세계 백화점의 경우 2억2천만원의 상금을 추첨을 통해 지급하는 전례없는 판촉안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모두가 16강 진출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
IMF최대 판촉안, 90년대 최대의 판촉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이 월드컵 마케팅을 시작한 사람은 LG전자 TV한국마케팅 육관수 팀장이다. 육 팀장은 입사 17년째의 중견사원으로 TV마케팅을 9년째 담당해 온 베테랑이다.
육팀장이 월드컵 16강 마케팅을 하게된 것은 IMF 이후 급격히 가라안고 있는 TV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것. LG전자의 경우 월 7만~9만대 정도 판매되던 TV가 IMF이후 5만대 미만으로 곤두박질 쳤다. 특히 25인치 이상 대형 제품의 판매가 급격히 위축돼 매출이 전년대비 50%대를 맴돌았다. 따라서 가라앉고 있는 시장에 자극을 줘 기존 시장의 틀을 어느정도 유지시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만들어낸 아이디어가 월드컵 16강 판촉이었다.
타사에서 유사한 판촉으로 결국 물타기가 되어버리기는 했지만 이번 판촉은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하루 7백~8백대 판매에 불과하던 25인치 이상 TV판매가 1천대선으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TV 판매에서 25인치 이상 구성비도 40%에서 45%로 확대됐다. 목표로 하고 있던 2만대 이상판매가 확실시됨에 따라 이제 16강 진출만 이뤄지면 대 성공이다.
육팀장은 지난 9년간 2차례 정도를 제외하고는 자사 제품이 TV에서 우위를 점하게 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제품의 개발, 생산, 판매 등 전분야에 관여하면선 비교적 안정된, 무리없는 마케팅을 구사해 해왔다.
그러나 IMF사태 이후 그는 그동안의 안정적인 마케팅에서 탈피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주위를 놀라게하고 있다. 월트컵 16강진출 마케팅외에도 최근에는 디스플레이 사업본부내 사내판매를 주도해 1개월동안 7천여대를 판매하기도 했다.
또 TV OBU 직원 1백20명을 영업현장에 파견해 제품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설치와 배달 과정에 동참해 고객의 신뢰를 높이는 대리점 지원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올해 TV시장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그는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2~3% 높여 시장의 확실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어려운 상황 때문에 부진이 흠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안전위주의 행보로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는 것이 그의 지론. 『IMF상황은 이에 맞는 마케팅을 요구하고 있고 이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뿐』이라며 강한 자심감을 보이고 있다.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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