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출범한 「국민의 정부」가 지난 5일로 1백일을 맞았다. 정책의 연속성이 중시되는 행정부에서 굳이 1백일을 따지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지 모르지만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1백일은 5년 임기의 지향점을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새 정부의 지난 1백일은 김 대통령이 밝혔듯이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6, kbps5 이후 최대의 국난을 극복하고 21세기를 향한 개혁의 토대를 마련한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막연한 기대가 이제는 마감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는 여기저기서 새 정부의 진로와 정책을 겨냥한 비판이 쏟아질 수도 있다. 국민의 정부가 이제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백일 동안 가장 큰 홍역을 치룬 정보통신부로서는 더욱 분발하는 자세가 있어야 할 것이다.
사실 정통부는 전 정권 아래서 시행했던 통신산업 경쟁확대정책, 특히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각종 의혹으로 갈팡질팡 해 왔다. 정권교체기에 터져나온 「의혹」으로 감사원의 특감을 받아야 했고 새 정부 출범 후에는 검찰수사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새 정부가 출발하면서 의욕적인 정책수립을 겨냥했지만 계속되는 특감과 수사로 제대로 된 정책 청사진을 펼쳐 보일 여유조차 없었다. 급박하게 진행되는 정부 각 부처의 개혁작업과 달리 정통부는 정책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고위 관료들이 줄줄이 수사대상에 올라 갈피를 잡지 못했던 것이다.
실제로 부처 창설 이래 정통부가 이처럼 수사기관으로부터 「난타」당한 것은 처음이다. 이 때문인지 정통부 직원들의 사기는 그야말로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태다. 부처 전체가 어수선하고 직원들은 도무지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우리는 검찰 수사의 편파성 논란이나 정통부의 항변에 귀를 기울이고 싶지는 않다. 시시비비는 법정에서 가릴 일이고 중요한 것은 국가 정보통신정책 수립의 사령탑인 정통부가 더 이상 우왕좌왕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정통부가 흔들리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정통부는 뼈를 깎는 고통을 참고 새 출발을 다짐해야 한다. 후임 차관의 신속한 임명으로 우선 급한 불은 껐다지만 현재 공석중인 2명의 실장과 1명의 국장 자리를 채우는 후임인사가 시급하다. 공무원 사회에서 인사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잣대가 된다. 인사 방향에 따라서는 주요 실국장들의 연쇄이동도 예상되는 만큼 부처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도 인사는 조기에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인사시기 못지 않게 그 내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정통부 직원들은 이번 검찰 수사를 거치면서 사기저하는 물론 일종의 「피해의식」까지 갖고 있다. 정부 부처 내의 파워게임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를 불식시키고 정책 라인업을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부처내 인물의 과감한 발탁과 승진이 요구된다. 전문가 집단인 정통부의 성격을 감안한다면 외부 영입이나 낙하산식 인사보다는 내부인사의 과감한 기용으로 분위기를 쇄신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마땅한 인물이 없다면 외부영입이 불가피하지만 이 경우에도 그 폭은 최소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인사를 통해 정통부 조직을 정비하고 나면 정책 수립과 집행에 대한 일대 쇄신작업에 나서야 한다. 어차피 「국민의 정부」에서는 기존의 안일한 규제중심 사고와 복지부동 자세는 용납되지 않는다. 국민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대국민 서비스의 일선 담당자라는 공직의식의 진정한 변화가 요구된다. 가뜩이나 이번 사건으로 정통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장관 이하 전직원들이 「봉사정신」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정통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중요한 시기인 1백일을 그동안 수사와 특감으로 보냈다. 하지만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 출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과거는 훌훌 털고 앞만 보고 달려 나가야 한다. 정통부의 추락은 21세기 국가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심기일전한 정통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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