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가 급속한 하락세를 보이며 달러당 1백39엔대까지 떨어졌다. 루빈 미 재무장관이 1백50엔대까지 떨어질 것이라 발언을 한 후 엔저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급속한 엔화가치의 하락으로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은 유일한 외환위기 탈출수단인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5월 수출액이 현저히 떨어져 벌써부터 엔저의 파편을 맞고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엔저현상이 반도체, 자동차와 함께 수출주력상품인 국내 가전제품의 수출에 과연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엔저가 국내 가전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세 갈래로 분류된다. 국산가전제품의 수출경쟁력과 해외생산제품의 가격경쟁력,그리고 일본으로 부터 수입하는 부품의 원가부담등이다.
엔저가 국산 가전제품의 수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부터 살펴보면 국산 가전제품의 수출은 TV, VCR, 전자레인지등 3대품목이 70%라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이들 3대 수출품의 일본시장 의존도는 10%도 안될 정도로 미미하고 90%이상을 미주, 유럽, 동남아, 중국, CIS등에 수출하고 있다.
엔저로 일본 수출물량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그한 예로 일본에 월 7만대가량의 TV를 수출한 한 업체는 최근 3만대 이하로 수출물량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전체 수출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한 정도다.
일본시장이 아닌 주수출무대에서도 엔저가 국산가전제품의 수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게 업계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일본 가전업계는 이미 TV, VCR, 전자레인지 등의 국내생산을 크게 줄이고 대부분 해외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VCR의 경우에는 마쓰시타가 생산을 포기했을 정도로 국내 생산비중이 미미하다. 전자레인지는 VCR보다 해외생산 의존율이 더욱 높다. TV도 일본 국내생산은 올해 4백만대에 불과, 대부분 내수용으로 충족시키고 있다.
해외생산기지에서 생산되는 일산제품은 핵심부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엔저로 인한 환차익이나 가격경쟁력 제고효과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해외시장에서 국산 수출품은 원저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현지에서 생산되는 일산 제품은 엔저효과를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국내업계의 해외 현지생산품과 일본업계의 현지생산품간의 가격경쟁력에는 엔저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
3대 수출품목의 경우 국내업계 또한 해외생산 비중이 50%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 또한 무시할수 없는 요인이다. 해외시장에서 일산 현지생산품은 엔저의 효과를 거의 보지못하고 있다고 앞서 지적한바 있다. 국산 현지생산품 또한 원저의 효과를 그대로 누리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국내업계의 해외공장들은 부품의 현지화율이 아직은 일본보다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무시해도 좋을 정도이기는 하지만 일본의 해외공장들에 비해 원저의 덕을 좀더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 가전업계가 엔저로 인해 부품의 원가부담이 어떻게 달라질까.
TV, VCR, 전자레인지 등은 일산부품 의존도가 매우 낮다. 부품 국산화율이 90% 이상이기 때문이다. 수입 일본부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엔저로 부품의 원가부담이 낮아지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국내 가전업계는 국내생산분이든 해외생산분이든 일본 직수출물량을 제외하고는 엔저로 받는 타격은 거의 없는 셈이다. 원인은 일본업계와 국내업계의 현지화, 세계화된 생산체제 때문이다.
대우전자의 조한구이사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가전제품의 경쟁력은 이제 자국 화폐가치보다는 생산기지가 위치에 있는 지역의 화폐가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국내업계는 엔저보다는 일본업계의 주 생산기지인 동남아지역의 화폐가치 하락으로 수출경쟁력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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