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또하나의 경제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로 대표되는 디지털 경제가 생명력을 갖고 크게 성장하면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인터넷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나서고 있다.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이 전자거래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경제체제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말에 11개 부처 및 업계, 학계, 연구계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전자상거래 정책협의회」를 열고 암호기술 사용제도, 전자상거래 표준약관, 국가도메인 할당원칙 등을 골자로 한 종합대책 세부시행계획을 확정해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전자상거래기본법, 전자서명법, 통신판매표시, 광고기준 등을 새로 제정하고 저작권법,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과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 등을 개정하는 등 법적인 토대를 마련하는 한편 민간자율적인 내용물 규제방안을 도입키로 해 전자상거래 기반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대한상의도 때를 같이해 전자상거래 관련법령 정비를 정부에 건의했다. 상의가 법령정비를 건의한 것은 산업사회에 기반을 둔 기존 정보통신 관련법령들로는 급변하는 정보사회체계에 맞출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전자상거래 확대에 기반이 되는 정보통신 인프라 조기구축은 물론 실질적인 전자상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법령을 정비하는 것은 정부의 몫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전자상거래의 파급효과와 잠재력이 갈수록 커져가는데 반해 국내 대응은 아직 미진한 게 사실이다. 정부가 내놓고 있는 대책이라는 게 아직까지 논의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상황이 IMF체제 등 각종 경제적인 악재로 인해 세계적인 신조류인 디지털 경제에 대응할 만한 여력이 없는데다 관계부처 및 관련단체간 주도권다툼도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민간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각국이 향후 새로운 상거래 질서로 떠오르는 전자상거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다각적인 준비를 해오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떠오르는 디지털 경제」 보고서는 앞으로 미국의 세계지배가 이제 인터넷으로 통칭되는 디지털 경제에 의해 주도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자리나 경제력은 더 많은 정보기술과 정보통신망을 갖춘 나라로 쏠릴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 및 해외조사기관들에 따르면 95년 5억 달러에 불과했던 전자상거래시장은 올해 2백억 달러에 이르고 2002년에는 3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상품과 서비스 교역시장에 국한한 것임을 감안할 때 기타 수단을 포함한 실제 전자상거래 시장은 이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전자상거래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다. 현재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이같은 전자상거래 흐름에 뒤쳐지면 IMF시대를 벗어나지 못함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낙오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점을 정책당국은 알아야 할 것이다. 선진 각국이 전자상거래 구축기반을 주내용으로 하는 「밀레니엄 라운드」를 창설해 또 다른 교역장벽으로 활용할 방침으로 있어 이제 전자상거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대한 사안으로 쟁점화하 것이다.
디지털 경제시대에 성공하려면 다른 나라와 기업이 변해야 한다고 깨닫기 전에 우리 스스로 먼저 변해야 한다. 정부는 물론 기업들도 곧 닥칠 전자상거래에 대비해 경제를 보는 시각을 다시 교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더해 가고 있다.
우리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변화의 실체를 바로 아는 게 중요하다. 전자상거래란 새로운 환경과 질서에 적응하지 못하는 국가나 기업은 도태되고 만다. 디지털 경제체제의 중심축을 이루는 전자상거래를 국가와 기업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주도면밀한 대응전략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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