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대만의 경제구조

우리나라와 대만은 비슷한 점이 많다. 작은 나라이고 분단국이며 부존자원이 빈약하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전쟁의 후유증이라는 악조건에서 출발해 고도성장을 달성한 것도 유사하다. 양국 모두 수출주도형 발전전략을 채택했고 정부 주도로 수출주도형 경공업을 발판으로 제조업 기반을 다졌다. 수출 1천억 달러를 돌파한 시기도 똑같이 95년이다.

나라가 다른 만큼 경제성장 과정에는 차이점이 많다. 공업화 초기 우리나라는 중화학공업을 위주로 추진해 온 반면 대만은 사탕수수를 원료로 하는 제당공업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차관도입으로 투자재원을 충당하고 대기업 중심으로 발전정책을 편 반면 대만은 화교자본 유치로 초기 투자재원을 충당하고 중소기업 중심으로 발전시켜 왔다. 게다가 보호와 규제 위주의 정책을 편 우리나라와 달리 대만은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는 경쟁여건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어 왔다.

이처럼 서로 다른 경제성장 패턴은 아시아 전역을 강타하고 있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판이한 결과가 드러났다.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난국에 직면해 있는 데 반해 대만 경제는 외부충격의 무풍지대처럼 내실 있는 경제기조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한 민간 경제연구소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경제운용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그 해답을 내놓았다. 이 연구소가 분석한 대만 경제의 강점은 풍부한 외환보유고를 차지하고라도 중소기업이 국가경제의 저변을 이루고 있고 기계류와 같은 자본재와 부품 위주의 수출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기업의 신진대사가 왕성한 산업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강한 중소기업이 산업의 근간을 이룬 나라의 경제가 약할 수 없다. 또 폭넓은 수출저변을 갖고 있는 나라가 무역적자에 시달릴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심각한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과감한 산업구조조정이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는 대만의 경제정책에서 배울 점이 많다. 중소기업의 자유로운 시장 진출입은 자유로운 완전경쟁을 의미하므로 자생력이 배양돼 결국은 국가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우리의 대기업 구조를 중소기업 구조로 전환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대기업의 비교우위를 살리면서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상호보완 정책을 개발해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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