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CD롬 고려사" 첫선

TV드라마 「용의 눈물」에서 영의정 하륜이 편찬하다가 갑작스런 죽음으로 끝을 맺지 못했던 「고려사」를 이제 CD롬으로 읽을 수 있게 됐다. 고려사는 정도전부터 시작되어 무려 57년 동안 하륜과 이숙번, 변계량의 손을 거쳐 다시 당대 최고의 학자들에게 넘겨지면서 문종 1년 1451년 편찬된 고려 4백 75년의 역사.

데이바베이스 개발 전문업체 누리미디어(대표 최순일)가 전자책으로 펴낸 「CD롬고려사」는 조선왕조실록, 삼국사기와 함께 우리 민족의 3대 정사(正史)로 꼽히는 고려사를 PC로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남북한 출판권계약이 이루어진 최초의 전자책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북한 사회과학원과 계약을 맺고 지난 66년 간행된 「북역고려사」의 출판물을 포함한 모든 저작권을 위임받았다. 북역 고려사는 정확한 번역과, 상세한 주석, 중학생이라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알기 쉬운 문체로 쓰여졌다는 것이 특징.

「CD롬 고려사」는 세가(世家) 46권, 지(志) 39권, 열전 50권 등 1백37권의 고려사 원문자료와 북역번역본을 담아낸 1집과 운영프로그램을 수록한 2집으로 구성되었다. 전자책이기 때문에 윈도 탐색기 방식으로 목차가 표시된 화면 왼편의 창을 클릭하면 해당 페이지로 곧바로 연결되는 편리한 검색시스템을 채용, 방대한 고려사의 어떤 페이지든 마음대로 펴 볼 수 있다.

번역문을 보다가 마우스 클릭 한 번만으로 곧바로 원문을 띄워 동시에 비교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전자책의 장점이다. 검색어 입력과 동시에 그 질의어와 연접한 본문 내의 1천개 단어가 자동색인으로 떠오르는 연접어 검색 기능도 돋보인다. 또한 그동안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북한 소재 국보급 문화재의 선명한 슬라이드를 상세한 해설과 함께 수록해 놓았다.

「CD롬 고려사」는 34대까지 이어진 고려왕조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외세의 끊임없는 침탈과 시련 속에서도 팔만대장경과 고려청자로 상징되는 찬란한 문화유산을 남겼던 고려인의 삶을 재현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깊다. 특히 고려사는 조선조 건국 직후 역성혁명의 정당성 입증을 위해 편찬이 시작되었음에도 「이실직필(以實直筆)」, 즉 사실은 있는 그대로 서술되어야 하다는 곧은 선비 정신과 「나라는 멸망시킬 수 있어도 역사는 멸망시킬 수 없다」는 신념에 의해 편찬되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역사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누리미디어는 앞으로 「발해사」 「팔만대장경해제」 「한국식물지」 「문헌정보학회지」 등 정보의 사각지대에 갇혀 있던 국내 학술 데이터베이스들을 내놓을 예정이다. 문의 (02)761-1661.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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