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에 이어 인텔도 반독점법 위반 제소 가능성

반독점법 위반을 감시하는 미 독점규제당국의 다음 타깃은 인텔인가.

최근 미 법무부와 20개 주당국이 마이크로소프트(MS)를 반독점법 위반혐의로 제소한 데 이어 인텔도 미 연방무역위원회(FTC)로부터 유사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MS에 이어 인텔마저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된다면 그동안 세계 PC산업의 표준을 정착시켜온 「윈텔」진영이 급속히 약화되면서 PC업계의 세력판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인텔에 대한 FTC의 혐의내용은 크게 두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인텔이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의 독점력을 이용해 경쟁업체를 통제하고 자사의 비위를 거스르는 고객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자행해왔다는 것이다.

또다른 하나는 인텔이 역시 프로세서시장의 독점적 지위에 편승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시장에 진출, 지배적인 위치를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FTC의 인텔에 대한 혐의조사의 내용은 앞서 법무부가 MS를 제소한 내용과 대단히 흡사하며 따라서 제소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양자가 다른 것이 있다면 MS에 대한 조사는 이 회사의 윈도98 출하시점을 시한으로 진행됐지만 인텔에 대한 조사는 이런 시한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FTC의 인텔 제소는 MS 제소 때와 달리 시간적 여유를 갖고 증거확보를 위한 충분한 조사를 거친 후 이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FTC가 이르면 다음달 인텔에 대한 제소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예상도 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인텔에 대한 첫번째 혐의와 관련, FTC는 특히 인텔이 자사에 대한 특허소송 제기를 이유로 2개의 고객기업에 불이익을 준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대상기업은 디지털 이퀴프먼트와 인터그래프로 지난해 이 두 회사가 각각 자사에 대해 특허권 침해소송을 제기하자 인텔이 이들에 대해 프로세서 공급과 기술개발에 필요한 정보제공을 제한하거나 중단했다는 것이다.

인텔은 디지털에 대해선 그 후 이 회사의 반도체부문 매입을 통해 화해를 이루었으나 인터그래프에 대해선 최근까지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아 지난달 연방법원으로부터 인터그래프에 대한 불공정행위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받고 항소했으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소식통들은 이와 관련, FTC가 세계 프로세서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인텔이 지적재산권을 무기로 경쟁업체와 고객기업들을 통제해왔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FTC는 또 인텔이 자사 경쟁업체로부터 프로세서를 구입하는 컴퓨터 제조업체에 불이익을 준 것이 불공정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인텔 인사이드」라는 마케팅 프로그램을 전개하면서 지난 한해 동안 자사칩만을 사용하는 업체에는 10억달러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경쟁업체들은 인텔의 이같은 행위가 경쟁제품을 고사시키고 시장을 독점해 자사 제품의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배타적 거래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PC 기본규격에 대한 인텔의 영향력 강화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경쟁업체 통제혐의와 관련, FTC가 면밀히 조사하고 있는 부분이다. 과거 「공개」 표준에 기반하던 많은 PC부품이 점차 인텔기술에 기반한 부품으로 대체되고 있는데 이는 인텔이 자사 기술의 무료 라이선스를 통해 실현해온 것이다.

그러나 인텔은 자사가 특허를 갖고 있는 펜티엄Ⅱ용 커넥터 등 최신 제품의 기술에 대해선 영업비밀에 부침으로써 결과적으로 경쟁업체들이 온전한 호환 제품을 생산할 수 없도록 봉쇄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인텔이 프로세서시장의 독점을 이용, 새로운 시장을 지배하려 하고 있다는 또다른 혐의와 관련해선 최근 몇년새 이 회사의 칩세트 시장점유율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 중요한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연계 사용하는 칩세트시장에서 인텔의 점유율은 지난 93년 8%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75% 이상으로 급성장했다. 반면 경쟁업체였던 VLSI 리서치 등은 이 시장에서 밀려났다.

인텔은 그러나 여기서 머물지 않고 그래픽과 네트워킹 칩시장 지배도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텔이 인텔 주기판에 프로세서와 이들 칩을 끼워파는 방법 등으로 이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FTC는 그러나 어떤 방법이든지 그것이 프로세서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라면 「공정경쟁의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란 입장인데 인텔에 대해서도 이 부분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오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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