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사는 1930년 미국내 유전지역으로 유명한 텍사스주 댈러스시에서 지질탐사업무로 사업을 시작, 지난 58년 집적회로(IC)를 발명하면서 반도체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80년대에는 D램, 마이크로프로세서, 디지털신호처리(DSP), 혼성IC 등 대부분의 반도체사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반도체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나 90년대초 일본업체들이 D램을 양산하면서 몰락의 길을 걷기도 했다. 그 당시 비슷한 입장이었던 인텔은 D램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CPU사업으로 돌아섰고 TI는 D램사업 비중을 계속 낮춰가면서 DSP를 자사 간판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90년대 들어 매출액 기준 세계 7위까지 떨어지기도 한 TI는 DSP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지난해에는 인텔, NEC, 모토롤러에 이어 세계 4위의 반도체업체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지난해 TI의 총매출액은 98억달러. 이 가운데 81억달러를 반도체분야에서 벌어들였으며 경상이익은 6억달러 정도다. 세계 26개국에 걸쳐 총 1백29개의 제조, 판매시설을 갖추고 있는 전형적인 다국적기업이다. 또 국내 아남반도체와는 DSP분야에 관한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아남에서 생산한 DSP웨이퍼를 공급받고 있다.
현재 주력제품은 DSP, MPU, 메모리 등 반도체이며 각종 전자제어부품과 공학용 계산기도 생산한다.
특히 DSP분야에서는 세계 수요의 45%를 공급, 부동의 1위 업체이며 혼성회로분야도 지난해 SGS톰슨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DSP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방위전자시스템사업과 노트북사업, 소프트웨어사업 등을 매각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관련업계에서는 TI를 DSP의 전도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DSP를 이슈화하고 마케팅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판이다. DSP는 전자회로가 점차 디지털화하면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디지털신호를 처리하는 데 사용되는 칩. 인텔이 일반 소비자가 이해하기 힘든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하나의 제품으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듯이 TI는 DSP를 모든 전자학도가 기본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필수과목으로 택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DSP라는 과목이 중요했다는 측면도 있지만 TI가 계속적으로 펼쳐온 대학지원프로그램의 역할도 컸다.
TI가 전세계 대학을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대학지원 프로그램은 올해 2천5백만달러의 예산이 책정됐으며 국내에는 3개 대학이 이미 TI의 지원을 받아 TI DSP 엘리트 랩을 운영중이다. TI가 세계에 진출하면서 철저하게 지킨 원칙은 현지화. 현지화를 통해 TI본사의 경영방침과 현지 국가의 특성을 적절히 접목, 그 나라의 토착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TI코리아(대표 손영석)는 지난 77년에 국내에 영업사무소 형태로 진출했으며 89년에는 충북 진천에 제어부품을 생산하는 진천공장을 설립해 제어부품을 생산중이다. 지난 91년에는 투자 완결후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그 당시 재무부에 정식으로 등록했다. 국내 현지법인인 TI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2천1백억원. 이 가운데 7백억원이 충북 진천공장에서 제어부품을 생산한 액수이며 2백억원은 수출했다. 총직원수도 3백여명에 달하고 있다.
올해는 IMF한파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42% 성장한 3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또 지난해에는 TI코리아 20년 역사상 최초의 한국인 사장이 탄생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TI코리아는 다른 해외업체들이 관련직종 종사자를 중심으로 인원을 선발하는 반면 비전문가를 선발, 철저한 교육을 통해 TI맨으로 성장시킨다. 또 학력보다도 능력위주의 인사정책을 펼치고 있다. 본사의 인사정책을 철저히 수용하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서는 TI코리아를 기술사관학교라고 부른다. 그만큼 교육이 철저해 설령 TI에 근무했던 사람이 타 업체로 옮기더라도 능력을 보증받는다는 얘기다. 그래서 해외반도체 국내 지사에 근무하는 인원 중 적지 않은 인력이 TI코리아 출신이다.
<유형준 기자>
경제 많이 본 뉴스
-
1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2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 조기 지정
-
3
GDP 2배 넘는 민간 빚…“금리 인하기, 금융취약성 커져”
-
4
빗썸, 휴면 자산 4435억원 반환 나선다
-
5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6
원·달러 환율 1480원 넘어...1500원대 초읽기
-
7
최상목 “韓 권한대행 탄핵소추 국정에 심각한 타격…재고 호소”
-
8
내년 실손보험 보험료 '7.5%' 오른다
-
9
최상목 “국무총리 탄핵소추로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 증가”
-
10
녹색채권 5兆 돌파…“전기차·폐배터리 등 투자”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