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일반인들도 친숙하고 정서적으로 가깝게 느끼는 최고의 기업이 있고 숨어서 사실상 이 세계를 지배(?)하는 회사도 있다. 코카콜라가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미국문화의 상징이라면 20세기 네트워크를 사회를 지배하는 「숨은 실력자」는 루슨트테크노로지스라고 할 수 있다.
루슨트는 한마디로 세계최대의 통신장비 기업이다. 유무선 교환시스템을 비롯, 통신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의 제품을 개발, 생산한다. 루슨트가 주목 받는 것은 백화점식 생산 아이템이 아니라 취급하는 모든 품목이 세계 정상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루슨트의 반도체 기술은 인텔이나 IBM도 놀랄 정도이다.
세계 모든 통신장비업체가 「넘어야할 벽」으로 인식하고 있는 루슨트의 이같은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1백28년의 역사와 연구가 켜켜히 쌓여 있는 이 회사의 내력에서부터 출발한다. 루슨트는 지난 95년 세계 최대통신사업자인 AT&T에서 분리 독립된 신생 기업이지만 그 뿌리는 1869년 미국의 그레이와 바톤이 오하이오 클리브랜드에 설립한 「그레이&바톤」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레이&바톤사는 웨스턴 일렉트릭으로 간판을 바꾸었고 1907년 AT&T와 웨스턴일렉트릭의 엔지니어링 부문이 합쳐져 단일 연구조직으로 통합되면서 그 유명한 「벨 랩」이 탄생한다. AT&T는 그 이후 세계 통신역사를 창출해 나가면서 질주를 거듭했고 지난 95년 서비스부문(AT&T), 장비부문(루슨트), 컴퓨터부문(NCR)의 3개 회사로 분리됐다. 이 때문에 루슨트테크놀로지스의 경쟁력 원천은 벨 연구소가 된다. 전화와 트랜지스터 발명으로 「살아있는 역사」로 평가 받는 벨 연구소는 현재 4천명의 박사를 포함, 2만4천여명의 연구원이 기술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벨 랩은 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세계 최강」의 연구기관이다.
이곳에서 루슨트가 제공하는 모든 제품과 시스템,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개발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루스트테크놀로지스가 통신장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특히 루슨트가 총 외형의 11%를 연구개발비로 투입하는 벨 연구소는 미국 외에도 네델란드에 부설연구소를, 대만 일본 싱가포르 등 전세계 17개국에 디자인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루슨트의 지난해 총 매출은 2백64억달러, 순이익은 전년대비 43% 증가한 10억5천만달러이다. 이 회사는 통신사업자용 네트워크시스템 사업부 반도체사업부, 기업통신시스템 사업부 등 모두 11개의 사업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전체 매출의 54%를 네트워크시스템사업부가 담당하고 기업통신시스템 사업부는 24%, 반도체사업부가 9%의 비중을 각각 보이고 있다.
루슨트가 한국에 진출한 것은 지난 79년 AT&T 연락사무소 설립에서 비롯된다. 한국 루슨트테크놀로지스가 느끼는 가장 큰 자부심은 국내 통신연구 인력의 상당수가 미국 본사나 벨 연구소의 교육 혹은 근무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불과 10여년만에 세계 수준의 통신강국이 된 한국의 통신산업 발전을 지원하고 성원했다는 자긍심인 것이다.
국내 주력사업은 역시 통신사업자용 네트워크시스템이다. 무선통신시스템, 교환기, 전송장비 및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면서 한국 매출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서비스 중심의 한국 통신산업 팽창과 정확히 일치한다.
공급 사이트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86년 5ESS 교환기를 한국통신에 최초 공급했고 이동전화가 시작된 89년에는 아날로그무선통신시스템을 SK텔레콤에 최초 납품했고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서비스로 출범한 신세기통신에도 이동통신장비를 공급했다.
지난해에는 개인휴대통신(PCS)서비스에 나선 한솔PCS에 CDMA PCS 이동통신장비를 공급하기도 했다. 루슨트는 시분할다중접속(TDMA), CDMA, 유럽표준이동전화(GSM) 등 현존하는 모든 방식의 통신시스템을 지원할 수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한국 루슨트테크놀로지스의 직원은 2백여명. 지난해 외형은 1억4천2백만달러로 추산된다.서울 외에 부산 대구에 지사를 두고 있다.
<이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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