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다국적기업] 각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 실태

「일본IBM, 일본컴팩컴퓨터, 일본루슨트테크놀로지스, 에릭슨재팬, 일본모토롤러, 일본노키아」.

세계 컴퓨터업계와 통신기기업계의 정상권에 올라있는 미국의 IBM, 컴팩컴퓨터,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모토롤러와 스웨덴의 에릭슨 및 핀란드 노키아 등의 일본 현지법인 이름들이다.

중국에는 「중국」 또는 「차이나」라는 이름을 덧붙인 IBM, 컴팩컴퓨터, 루슨트테크놀로지스, 에릭슨이 있다. 물론 이들 다국적 기업은 일본과 중국 이외의 다른 아시아지역과 유럽 등지에도 각 나라의 이름을 단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이들 현지법인은 외형상 본사와 유럽, 아시아 등의 지역거점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사업전략을 공유하고, 각 나라에서 현지인을 고용해 자신의 사업을 벌이는 한편 필요에 따라 현지 유력기업과의 제휴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예컨대 일본에서 루슨트테크놀로지스는 현지법인으로 일본루슨트테크놀로지스를 두고 통신기기 판매사업을 벌이는 한편 NEC 등과 합작으로 반도체와 광케이블 사업을 전개하고 있고, 경쟁관계의 에릭슨 역시 일본에릭슨을 두는 동시에 도시바, 마루베니와는 별도의 합작사업을 벌이고 있다.

다만 지난 37년 설립된 일본IBM의 경우 산하에 3개의 연구개발거점과 PC,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제조거점 2개를 두고 있고 직원수도 2만명이 넘으며 매출액도 1조5천억엔(97년도)을 넘어서 사실상 현지 대형업체와 다름없다.

그러나 사업 운영의 내용면으로 들어가면 국가별로 바로 그 지역 특성에 따른 차이점들이 드러난다. 그 중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정보통신 분야 선진지역과 후진지역간의 차이로, 일본처럼 기술과 산업이 발달돼 있는 지역에선 시장상황이 현지업체와 외국업체간의 경쟁구도를 나타내는 반면에 중국, 인도 등 후진지역에서는 외국업체의 독무대거나 외국기업을 현지기업 한두 개가 추격하는 정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PC시장에선 현지기업인 NEC와 후지쯔가 1, 2위를 차지하고, 일본IBM은 3위, 세계 최대 PC업체인 컴팩은 5위권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 베트남, 인도 등의 PC시장은 IBM, 컴팩 등 외국업체들의 독무대다.

언어, 홍보, 회계 등 부수적인 문제에서도 국가별로 차이가 드러난다. 언어문제의 경우,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현지법인은 본사 차원의 마케팅 프로그램이 진행될 때 별 어려움 없이 추진할 수 있는 데 비해 중국처럼 영어가 원활히 소통되지 않는 지역의 현지법인은 번역작업이 추가되기 때문에 시간과 금전적으로 손실을 보게 된다.

또 현지법인의 상당수는 법률, 회계, 컨설팅, 시장조사, 홍보관련 업무를 외부(아웃소싱)에 의존하게 되는데, 중국 등 후진지역의 경우 전문성을 갖춘 대행사가 부족할 뿐 아니라 그들의 업무능력이 떨어져 사업추진에 불편을 겪고 있다.

이밖에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정보통신 후진국과 선진국간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차이로 현지법인들의 사업 명암이 엇갈리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후진지역의 경우는 소프트웨어를 상품으로 보는 인식의 부족으로 복제가 많다는 불평이 크다.

<신기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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