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다국적기업] 다국적기업 어떻게 변해왔나

다국적 기업(Multinational Enterprise)은 사전적으로는 둘 이상의 국적을 갖고 모회사의 전략과 현지국가(개별국가)의 사정에 따라 움직이는 거대기업을 말한다. 또 범세계적인 기업조직망을 통해 자본, 인적, 기술자원 등을 공동 풀(Pool) 형태로 공급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다국적 기업의 의미와 역할도 달라지고 있는데 80년대부터 「세계 기업(World Enterprise)」으로 불렸고 기업의 국적 자체가 오히려 부담스러워진 90년대 이후에는 의미상으로는 완전히 다른 면이 있는 「초국적 기업(超國籍 企業:Supernational Enterprise)」이라는 용어도 일부 사용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은 1910년대 IBM, GE 등 미국기업들의 해외진출이 시작되면서 등장했지만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비등하거나 문제점이 대두된 것은 2차대전 후 미국기업들의 급격한 유럽진출 러시 때문이었다. 이 때 미국은 유럽에 제조공장을 세우고 판매시장을 확대하는 적극적인 수출촉진 정책을 도입하게 되는데, 반대로 유럽에서는 인플레이션과 환경 공해문제가 거론되면서 반미(反美)운동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70년대 들어서는 일본기업들이 미국의 전철을 그대로 밟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다국적 기업 이미지는 미국(또는 일본)자본에 의한 세계경제 지배라는 시각으로 비쳐졌고 실제로 기업매수와 자본의 독점, 독재정권과의 결탁 등이 성행했다. 아시아와 중남미 개발도상국에서는 다국적 기업이 경제자립에 중대한 장애가 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로 이어졌다.

현지국의 경제주권주의, 노동운동 등의 저항에 부닥치자, 다국적 기업들은 80년대 후반 들어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기업의 현지화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기업경영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은 또한 다국적 기업이 철수했을 때의 고용불안과 경제손실을 우려한 현지국가의 전향적 자세와 맞물려 크게 호응을 얻었다.

경제학자들이 최근의 다국적 기업에 대한 특징으로 꼽은 것으로는 △원료독점형에서 기술독점형으로 △식민지, 종속국에서 선진국 진출로 △과실송금주의에서 현지 재투자주의로 △재외지사 경영에서 현지법인 경영주의로 등을 들 수 있다.

이 같은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한 말이 바로 「세계 기업」 또는 「초국적 기업」이다. 진정한 기업활동은 투자한 만큼 이익을 내는 순수 기업주의에서 비롯된다. 투자와 이익 사이에서 고용창출과 국가경제에 대한 이바지, 나아가 기업시민으로서의 사회활동이 이뤄지는 것은 당연하다. 다국적 기업들의 변신은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나타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투자 유치에 적극적인 나라들도 이제는 다국적 기업들의 이같은 변신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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