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 특히 하이테크분야의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며 느끼는 특징 중의 하나는 「Velocity(속도)」다. 속도가 중요한 이유는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사업을 하고 있는 하이테크분야가 기술혁신이 빠르고 시장 상황변화가 심하며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제품의 품질, 가격, 납기 등 전통적 경쟁요소 외에 「타이밍」이라는 요소가 핵심적인 경쟁전략 변수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민첩성 요구하는 시대 과거에는 제품의 원가를 절감하는 데, 또는 제품의 품질을 향상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던 시대에서 이제는 그러한 것뿐만 아니라 고객의 욕구를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유연성 있게 포괄적으로 만족시켜주느냐 하는 「Time based Competition」의 시대, 즉 속도와 민첩성을 요구하는 시대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제품의 개발, 생산, 판매 등 회사 전반적인 활동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첫째로 제품의 개발부터 보면 다른 제품들도 그렇지만 특히 하이테크 제품은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중요하다.
무어의 법칙처럼 반도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은 18개월마다 용량이 2배로 증가하는 속성을 보여왔으며 최근에는 더욱 기간이 단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타이밍을 놓치면 경쟁사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놓더라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경쟁사보다 먼저 시장에 신제품을 내놓는 회사는 선도자로서의 높은 이익을 향유할 수 있지만 나중에 공급하는 업체는 이익이 현저히 적거나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생산에 있어서 타임 투 볼륨(Time to Volume), 즉 개발된 제품을 누가 신속히 대량생산할 수 있느냐가 또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개발에 빨랐어도 대량생산 능력이 없다면 시장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가 없기 때문에 신속히 양산에 돌입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 놓는 것이 중요한데, 하이테크산업의 경우 두가지 큰 방향으로 나뉘고 있다.
즉 주로 동남아, 중국 등 인건비가 싼 지역에 공장을 세워 많은 생산인력을 확보하여 양산체제를 갖추는 경우와, 인건비는 높더라도 자동화 등으로 생산기술이 뛰어난 곳에 공장을 세워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으로 양산체제를 구축하는 경우다.
생산자동화로 승부 대부분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업체들은 전자의 전략으로 동남아, 중국 등지에 공장을 갖고 있는데 반해 퀀텀은 후자의 전략으로 일본의 마쓰시타와 전략적 제휴로 생산에 관한 것은 모두 마쓰시타를 통해 하청생산을 하고 있다.
즉 퀀텀은 신제품 개발에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마쓰시타는 생산 자동화에 우수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두 회사의 전략적 제휴로 시너지효과와 함께 신속한 마켓 대응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세번째로 판매에 있어서 재고 관리(Inventory Management)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3대 PC 제조업체 중 한 업체는 PC의 연간 재고 회전율(Inventory turn)이 약 50회에 달한다고 한다. 대단한 재고회전 속도가 아닐 수 없다. 연간 1백20억달러 매출의 회사가 약 1주일분의 재고를 보유하고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경쟁력을 의미한다.
재고회전율 높여야 우선 적은 재고로 인해 자금부담이 가벼울 것이고 제품가격 하락에도 손실이 적을 것이며, 새로운 부품이 나오면 경쟁사는 많은 재고, 예를 들면 한달 또는 그 이상의 재고를 소진한 후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지만 이 회사는 1주일 후부터 나오는 제품에는 새로운 부품을 쓸 수가 있고 부품가격이 떨어질 때도 이 회사는 남보다 먼저 부품가격 인하를 원가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PC에 사용되는 부품들은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므로 얼마나 빨리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아 초기부터 대량 생산하여 공급하고 단종할 때 재고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제품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모든 단계마다 항상 「속도 경영」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성공적인 다국적 하이테크 업체들은 모두다 하나같이 속도 경영에 능숙한 플레이어들이다. 이러한 점에서 회사의 경쟁력은 전통적 가치인 「품질」 「가격」 「납기」 「AS」 등 정적인 개념의 가치에다 앞으로는 얼마나 빨리 고객의 요구사항과 시장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느냐 하는 동적인 개념의 「속도」를 반드시 넣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경제 많이 본 뉴스
-
1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2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 조기 지정
-
3
GDP 2배 넘는 민간 빚…“금리 인하기, 금융취약성 커져”
-
4
빗썸, 휴면 자산 4435억원 반환 나선다
-
5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6
원·달러 환율 1480원 넘어...1500원대 초읽기
-
7
최상목 “韓 권한대행 탄핵소추 국정에 심각한 타격…재고 호소”
-
8
내년 실손보험 보험료 '7.5%' 오른다
-
9
최상목 “국무총리 탄핵소추로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 증가”
-
10
녹색채권 5兆 돌파…“전기차·폐배터리 등 투자”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