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대만 해도 외국자본의 침투와 기업이윤의 해외유출이란 측면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다국적기업이 세계 경제체제의 급변과 더불어 특히 IMF상황에서 외자유치의 절박성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투자주체로서 새로운 인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미국 모토롤러가 중소통신업체인 팬택에 1천3백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비롯해 휴렛패커드(HP)의 류 플랫 회장이 지난 3월 우리나라를 방문, 올해 한국에 2천5백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한 것이나 인텔 및 컴팩컴퓨터 등이 국내업체와 제휴 또는 인수합병을 통해 한국 투자를 늘리기로 한 것 등은 이들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작용한다.
물론 다국적기업의 속성상 현지 진출을 위해선 법인 설립이나 기업활동에 필요한 투자가 기본이 되긴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 다국적기업은 단순히 현지 판매를 통한 이윤추구만이 아니라 국내업체와 협력확대, 기술공유, 국내업체들의 수출창구역할 등 국내 정보기술(IT)산업 발전이란 측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국내 환경단체와 협력하거나 대학 장비기증 등 다양한 지역사회활동으로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이란 의무이행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국내 경제활성화와 IT산업 발전을 위한 다국적기업의 역할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이들이 국내에서 벌이는 기업활동 중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국내업체들의 수출창구 역할이다.
대표적인 다국적기업인 한국IBM은 90년대 들어 「수입보다 수출이 많은 회사」라는 점을 알림으로써 다국적기업이니 외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팔기만 할 것이란 일반인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IBM은 지난 82년 설립한 국제기술구매사무소(IPO)를 통해 다른 IBM현지법인에 수출한 물량만도 지난 2년간 20억 달러로 수입물량(3억 달러)의 7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HP도 지난해 국제구매본부를 통해 국내에서 생산한 PC모니터, LCD 등 약 11억 달러 어치를 수출, 우리나라의 국제무역량 증대에 한몫을했다.
이와 함께 국내업체들과 협력관계를 통한 기술교류 및 지원도 다국적기업들의 중요한 역할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현재 국내에서 8백여개 관련업체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우리나라에 맞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이나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바꿔말해 국내 수많은 중소소프트웨어업체들이 MS와 협력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이 업체의 기술을 습득하고 자극을 받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 중소기업 지원의 일환으로 중소기업용 오피스 솔루션을 국내업체들과 공동 개발, 제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중소기업의 전산환경을 개선하는 데 일조했다.
한국IBM도 지난 91년 출범한 소프트웨어연구소를 통해 미국 및 전세계에 퍼져 있는 27개 IBM 소프트웨어연구소와 기술교류 및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국내 소프트웨어 기술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편 우리나라 IT산업의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연구개발(R&D)에 대한 이들 다국적기업의 투자노력은 무엇보다 절실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 한국MS가 60여명의 개발인력을 확보하면서 연간 1백5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는 것은 국내 소프트웨어 기술기반을 다지는 데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인다.
이밖에 재무구조의 투명성 등 이들 다국적기업이 가지고 있는 선진적인 경영기법이나 노하우 등이 현지법인을 통해 구현됨으로써 현재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도 좋은 모델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구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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