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방송법, 6월 넘기면 안된다

정리해고와 부실기업 정리를 비롯한 IMF 구조조정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우리 기업 모두가 고통에 허덕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케이블TV 등 방송계의 어려움은 한층 두드러져 보인다.

케이블TV 가운데서도 특히 취약한 것으로 꼽혀 왔던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사(PP)의 상당수가 부도를 냈고 케이블TV의 간판이자 상징적 존재인 YTN마저도 현행법상 한전의 증자가 허용되지 않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도를 낸 PP들 가운데 일부는 매각조차 이뤄지지 않아 「폐업의 수순을 밟고 있다」는 말까지 들리며 나머지 PP들 가운데 상당수도 부도만 나지 않았을 뿐 형편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PP들보다는 형편이 나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종합유선방송국(SO)들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IMF 이후 케이블 광고가 크게 위축됐을 뿐만 아니라 가입자들도 크게 줄어들어 전반적으로 수입이 격감했다. 3월 이후에는 가입이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지만 정상궤도에 진입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유료채널의 경우는 기본채널에 비해 회복세가 훨씬 더딘 형편이다.

게다가 작년 하반기에 케이블TV 사업권을 획득한 2차 SO들의 상당수가 아직 전송망을 확보하지 못해 개국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SO를 대상으로 한 전문 M&A업체들까지 출현하고 있으나 실제 거래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아직 매매와 관련한 법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SO사업에 투자자들이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케이블 사업자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사업자인 케이블 전송망사업자(NO) 역시 사업 초기부터 누적돼온 적자구조를 떨치지 못한 채 사업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NO 가운데서도 거의 지배적 사업자라고 할 수 있는 한국전력의 경우는 최근 사업정리설까지 나돌면서 한전에 의존하고 있는 케이블 사업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케이블TV뿐만이 아니다. 국내 정치권의 이해 대립으로 새 방송법이 몇 년째 국회에서 공전하면서 최근에는 재일교포가 운영하는 한 위성방송 사업자가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까지를 가시청권으로 하는 우리말로 된 프로그램을 송출, 정부가 국내 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사이에 외국 사업자가 우리 안방을 먼저 노크하는 형국이 초래되는 등 「법」이 여러가지 상황들을 정리해 주지 못함에 따른 부작용과 사업자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업계의 원망도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물론 새 방송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는 일이고 「중계유선의 방송법 수용 여부」와 같은 업계간 지극히 민감한 사안도 적지 않아 새 방송법이 나오더라도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해결의 단초」를 제공해 줄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는 「새 방송법」이 조속히 마련돼야 하는데도 정치권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는 점이다. 지난 3년간의 리허설에 가뜩이나 지쳐 있는데 이번에도 정당간의 불협화음으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업체들간의 분쟁과 편법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4월에 통과시키기로 했던 새 방송법은 국민회의, 자민련 등 여당과 한나라당간의 의견절충이 잘 안돼 이달로 미뤄졌으나 이달 임시국회에서도 이런저런 이유와 지자체 선거 등 각 당의 우선순위에 밀려 다시 6월을 기약하게 됐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정계개편 등으로 여야간 감정이 악화될 경우 6월 통과마저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의 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출범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케이블TV 산업을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아니 스스로 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막아놓은 길」이라도 터주지 않을 경우 국내 관련산업은 회생불능의 지경에 빠질 위험이 높다. 이 산업이 법에 발이 묶여 회생불능의 상태에 빠질 경우 정부여당과 야당 그 누구도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6월마저 넘겨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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