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05)

경찰서.

조 반장은 수화기를 놓고 한참동안 그렇게 있었다.

50억원.

어제 일동은행에서 죽은 여자의 이름으로 50억이라는 돈이 타 은행으로 불법 송금되었고, 그 돈이 다음날 시내 중심가 은행 1백군데에서 현금으로 모두 인출되었다는 사건을 통보받은 것이었다.

50억. 조 반장은 오늘도 잠시 쉴 틈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맑은 가을하늘이 쪽빛으로 드리워져 있었다. 느티나무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그 흔들림에 낙엽이 우수수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창연오피스텔에서 죽은 여인의 이름으로 타 은행으로 돈이 송금되었다면 사건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었다. 아직 죽은 여인의 부검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였고,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한 상황에서 그 여자와 관련된 사건이 추가로 확인된 것이었다. 어지간하면 심장마비와 같은 돌연사로 마무리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 50억이라는 돈과 연계되면서 이 사건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복잡하고 계획적인 사건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었다.

부검 결과가 나오려면 아직도 몇 시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결과가 나오면 여인의 사망 원인이 나오겠지만 이 사건은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닌 복잡한 구도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 반장은 일단 일동은행으로 가봐야 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죽은 여자의 동료이자 처음으로 그 여자의 죽음을 확인한 그 은행의 직원을 떠올렸다. 현미라는 직원이었다. 그리고 조금 전에 이곳을 다녀간 김지호 실장을 떠올렸다. 무엇인가 깊이 연계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조 반장은 강 형사를 불렀다. 평상시 컴퓨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형사였다.

『강 형사, 나하고 일동은행에 좀 다녀와야겠네. 사건이 터졌어. 금융사고야. 어제 창연오피스텔에서 죽은 여인의 단말기를 통해 거액의 돈이 인출되었어. 함께 가보자고.』

『네, 구체적으로 어떤 사고지요?』

『죽은 여자의 단말기를 통해 50억이라는 돈이 타 은행으로 불법 송금되었어. 그리고 어저께 그 돈이 서울 시내의 각 은행에서 현금으로 인출된 사고야. 그 여자는 어제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어.』

『50억이요?』

『그래. 50억이야. 모두 한 사람이 찾아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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