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LG전자에 전송시스템을 납품해온 유아전자의 부도는 IMF한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커넥터업체들의 M&A(기업인수합병)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유아전자와 거래를 해왔던 G정보통신과 B전자,U사 등은 이번 부도로 수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고 경영난에 빠져들면서 공식적으로 투자자문기관에 M&A를 요청하거나 다국적 기업에 인수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커넥터시장은 다국적 기업과 국내 기업간의 시장분할로 공존해 왔으나 IMF한파는 기존의 구도를 깨버렸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다국적기업들은 본사로부터 긴급운영 자금을 지원 받아 시장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영세한 국내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현재 20여개가 넘는 국내기업들은 대부분이 연간 매출액 1백억원 미만으로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올해 들어 거의 매출이 크게 줄어들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일부 국내기업들은 업체간의 협력체제로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지만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면서 점차 그나마 유지해오고 있던 시장마저 외국업체들에게 내주고 있다. 특히 커넥터업체들은 난국을 구조조정을 통해 헤쳐가려 하지만 상황은 개선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되면서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다.
업계의 한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몇 개월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거의 도산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면서 『경영이 더 나빠져 부도를 맞기보다는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외국업체에 손을 벌리게 된 것이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의 경영악화는 역으로 다국적 기업들의 기업 사냥에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 진출해있는 다국적기업들은 국내기업들의 인수에 따른 득실을 따져보면서 인수준비를 하고있어 조만간 국내기업들의 상당수가 외국업체들의 손에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현지법인을 설립한 암페놀코리아는 최근 국내 생산설비를 구축하기로 결정하고 자체공장 설립보다는 국내기업을 인수키로 했다. 이에따라 이 회사는 현재 자금난을 겪고 있는 부천의 모기업과 막후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한국버그전자 이흥식사장은 『지난 10여년간 사업을 하면서 요즘과 같이 예측불허의 상황은 처음 겪어본 것으로 다국적 기업은 그나마 견딜 수 있지만 국내기업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다국적 기업들은 M&A를 경영의 기본전략으로 삼고 있어 언제든지 여건이 허락되면 국내기업을 인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국적 기업과 힘겨운 싸움을 해온 국내 중소 커넥터업체들은 IMF한파로 설자리를 잃고 외국 업체들에게 M&A를 당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양봉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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