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조조정 걸림돌부터 제거를

기업들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대내외적인 압력에 못이겨 기업들이 한계사업은 물론 핵심사업까지 매각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매각 및 사업정리가 간단하지 않은 관계로 기업들의 노력이 구체적인 결과로 나타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기업경영을 둘러싼 주변환경은 이같은 기업들의 어려움보다는 좀더 이른 시간 안에 결과가 나와 줄 것으로 유도하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최근 전자업계에 분사(分社)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정리 방법이 각광받고 있는 것은 기업이 현재 처한 어려움과 정리해고라는 여러 가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분사는 우선 대기업들에는 한계사업 정리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종업원들의 대량해고는 물론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인 문제와 회사 이미지의 실추를 다소 막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또 매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계사업에서 자연스럽게 철수함으로써 본사 차원에서는 몸집을 줄일 수 있어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올 초 대우전자가 서비스부문과 국내 영업부문을 별도법인으로 독립시켰으며 삼성전자도 국내외 물류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를 법인화했다. 또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현대전자도 떼어낸 사업부의 임직원들이 잇따라 분사 형태로 새로 회사를 세워 분가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어 앞으로 기업들의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맞물려 분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대기업들의 분사라는 자구노력도 현행 법규에 얽매여 추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토로하고 있다.

우선 분사 형태로 독립된 기업의 대부분이 대기업의 계열사로 인정돼 많은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대기업들의 분사가 잇따르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분사기업을 대기업의 위장계열사 정도로 인식해 설립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현행 공정거래법상에는 대기업의 계열사로 인정받지 않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지분이 20% 미만이 돼야 하고 기존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해서는 안되며 기존 생산장비나 부품들을 헐값에 넘겨 받아도 안되는 등 분사를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사를 추진하는 입장에서 보면 대기업들의 차입금이 많을수록 유리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사용하기보다는 기존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할 경우 지속적인 영업이 가능해 사업위험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대기업들의 사업정리로 남아도는 재고나 생산설비 등도 그대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량해고를 막고 자산의 효율적 이용차원에서도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와 기업측의 분사를 보는 시각의 차가 크고 각종 규제가 얽매이면서 실제 대기업에서는 분리됐지만 제대로 사업을 벌이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이로 인해 대기업에서 퇴사한 전문인력들이 잠재실업 상태로 남아 있으며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정식으로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공백기간만큼 사업의 연속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어 사업재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것은 자명하다.

새 정부 들어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장치가 마련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장계열사를 만들기 위해 분사라는 형태를 채택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위기상황인 지금은 문어발식 확장 규제를 위해 만들어진 공정거래법에 구애받지 않고 쉽게 분사시킬 수 있는 특별법이나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당장 분사 관련 법조항을 개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면 현행 공정법상에 위반되더라도 현실의 위기를 인정해 예외규정을 마련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해 분사라는 방법을 통한 기업들의 자구노력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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