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깃들 수 없는 둥지

까치집은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와 참으로 조화를 잘 이룬다. 까마득히 높은 나무 위에 마른 나뭇가지로 동그마니 만들어 놓았으니 눈에 거슬리기는 커녕 신비롭기까지 해 자꾸만 보고 싶어 진다. 그것은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얽어 놓은 것처럼 엉성해 보이지만 웬만한 바람에도 훼손되는 일이 없다. 까치집은 될 수 있으면 나무의 윗부분에 짓는다. 뱀이나 악동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본능적으로 그렇게 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도 기상과 관계가 있다. 까치집이 나무 꼭대기에 높다랗게 지어져 있으면 그 해에는 태풍이 없다고 한다. 반대로 위치가 낮아지면 어김없이 태풍이 온다고 하니 미물의 예지 능력에 그저 놀랍기만 하다.

최근까지 우리는 외환위기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환란을 초래한 원인 규명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경제정책 책임자가 전직 대통령에게 환란의 가능성을 사전에 보고함으로써 책임을 다 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일이다. 환란에 대한 책임은 전직 대통령이 자처하고 나서지 않는 것을 보면, 아랫 사람들의 「직무유기」로 귀결돼 그들은 영어의 신세가 되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것 같다.

이젠 기업체들의 차례이다. 기업 스스로의 구조조정이 잘 되지 않자 정부는 살릴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가리겠다고 발표하고 나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업체들이 꼬리를 잘르므면 살 수 있었으나 이젠 팔다리를 자르고서라도 살기 어렵게 됐다. 특히 내달 실시되는 지방자치 선거 이후의 정책은 한층 거침 없어질 것이다. 기업체들도 노동조합 등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해고회피 노력의 기한이 5월로서 거의 끝나 6월부터는 대규모 감원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6월은 기업체 임직원들에게 가장 잔인한 달이 될 것 같다.

회생하기 어려운 기업에 몸담은 사람들은 어쩌면 둥지를 잘못 튼 대가를 톡톡히 치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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