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물결에 "필름"이 사라진다

「디지털기술이 필름을 삼키고 있다.」

추억이나 기록을 남기기 위해 널리 이용되고 있는 필름이 디지털기술의 산물인 메모리소자나 디스크, CD롬 등으로 급속히 대체되고 있다. 여기에 고해상도를 자랑하는 디지털카메라의 등장과 컬러프린터의 저가화는 그동안의 고정관념을 깨고 필름의 설자리를 점점 축소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 보급 확대와 인터넷의 확산으로 화상정보마저 손쉽게 주고 받을 수 있게 되면서 필름작업 비중이 컸던 잡지나 사보와 같은 인쇄매체들도 디지털로 제작, 통신으로 직접 받아보는 등 이제 필름의 영향력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필름의 퇴보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제품은 디지털카메라. 디지털카메라는 종주국인 일본에서 지난해 1백만대 이상이 보급돼 이미 대중화시대를 열었다. 우리나라역시 삼성전자 삼성항공 LG전자 현대전자에서 보급형 제품을 속속 개발, 선보이고 있어 오는 2000년에는 열집에 한가정에서 이를 소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몇년전만 해도 가격이 5백∼1천만원으로 비싸 카메라 전문가나 스튜디오 등을 중심으로 사용이 한정되어 왔던 디지털카메라는 최근 국내 가전업체와 카메라, 필름업체들에 의해 50만원대 이하 저가 보급형 제품이 대거 쏟아지면서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카메라는 일반인들의 취미용 뿐 아니라 관공서, 기업체, 연구소, 병원 등의 업무용으로도 판매가 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청은 지난해 말부터 불법 주정차 차량 촬영때 현상 인화과정이 필요없는 디지털카메라를 도입, 신속한 민원처리와 예산 절감을 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영등포구청은 민원인의 이의 신청시 디지털카메라를 컴퓨터 모니터에 연결시켜 불법주차한 차량이 찍힌 영상을 확대해 보여줘 민원인과의 마찰을 줄이는 한편 연간 30만건에 달하는 불법 주정차 차량의 필름(1만5천여통) 보관문제도 광디스켓 30개로 나누어 관리, 보관비용을 줄였다.

이같이 디지털카메라의 효율성이 높아지자 서울시는 각 구청의 주정차위반단속용 카메라를 디지털로 대체할 계획이며, 정부 관계부처에서도 문화재나 유적 등에 대한 자료를 디지털자료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또 피해보상을 위해 사건현장을 사진찍어 장기간 보존해야 하는 보험회사에서도 디지털카메라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삼성화제, 동부화재 등 주요 보험회사들은 이미 수십대에서 수백대의 디지털카메라를 도입해 피해조사 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일반기업체에서도 수많은 부품을 일목요연하게 관리하거나 사진이 필요한 보고서, 사원증 제작에 디지털카메라를 활용하고 있으며 언론기관과 건설업체에서도 취재현장이나 공사현장의 상황을 신속하게 보고하기 위해 노트북 PC와 함께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하고 있다.

이밖에 병원에서도 환자에 대한 진료정보를 장기간 보관하고 현미경이나 X레이촬영기기에 디지털카메라를 부착해 활용하고 있으며, 부동산중계업자도 매물로 나와있는 주택이나 임야 등의 사진을 일일이 현상할 필요가 없이 컴퓨터로 보여줘 환영을 받고 있다.

이같이 디지털카메라는 필름의 현상, 인화작업이 필요없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화상이미지를 디지털정보로 저장하고 수시로 출력할 수 있어 사진자료 관리하던 종전과 비교할 수 없이 수월하며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잠정도 보급확대에 한몫을 한다.

필름이 사라질 것을 예고하는 또다른 분야는 전자출판물. 이미 몇년전부터 전자출판업계에서는 CD롬 타이틀이 종이책을 대체하면서 머지 않아 필름도 종말을 맞게 될 것을 내다봤다.

그러나 예상외로 전자책에 대한 일반인들의 거부감은 컸다. 플라스틱 케이스로 포장된 CD롬 타이틀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수 없어 구매동기가 약할 뿐 아니라 페이지를 넘겨 가며 읽는 책의 재미를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전자출판 분야에 PDF의 등장으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PDF는 93년 미국 어도비시스템즈사에서 국제 표준 페이지 기술언어인 포스트스크립트를 기반으로 만든 파일 포맷, HWP는 한글, ZIP는 압축파일을 의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PDF는 단순한 파일 포맷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PDF 최고의 미덕은 HTML와는 달리 정교한 레이아웃이 가능하고 책과 같은 페이지 단위로 제작됨으로써 인터넷 상에서도 종이 책과 같은 시각적 친근감을 준다는 것.

결국 사이버공간에 대한 일반인들의 어색함도 어느 정도는 누그러트릴 수 있다. 또한 온라인 상으로 먼저 전송한 후 필요한 사람만 인쇄 볼 수 있어 종책에 비해 제작비도 상당부분 절감할 수 있다.

PDF의 또다른 매력은 윈도 95, 매킨토시, OS/2, 유닉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한글, 훈민정흠, MS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작성한 문서들을 모두 이 파일포맷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원래 문서의 폰트나 색상, 레이아웃 그대로 출력물을 얻을 수 있어 언제 어떤 장소에서든 사용할 수 있는 모빌 오피스 구현의 가능성까지 열어주고 있다.

현재 PDF문서용 저작도구는 어도비사의 아크로벳 3.0을 비롯해 아벤자사의 맵퍼블리셔(Mapublisher)와 아그파사의 아포지(Apogee)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미 국방성 펜타곤과 나사를 비롯해 IBM, 휴렛팩커드, 3COM 등 세계적 기업들이 PDF를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한국감사원, LG건설, 삼성전자 등에서 사내 전자문서의 표준으로 책택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승용차 레간자의 카탈로그가 PDF로 만들어져 관심을 끌기도 했다.

앞으로 제품 카탈로그는 물론이고 각종 메뉴얼,전자사보,CAD CAM엔지니어링 자료 등에 광범위하게 PDF가 쓰이게 되면 더 이상 필름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연,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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