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반, 학교나 직장에서 시청각 교육과 전자기기들의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던 시절 미국의 한 시사주간지는 대학교수의 「녹음 강의」 이야기를 희화해서 실었다. 이야기인즉 나름대로 인기가 있어 드넓은 미국지역 여기저기를 출장 강의하는 교수가 고육책으로 자신의 강의를 녹음해 강의실에 틀어놓고 자신은 그 시간에 다른 지역에 출강하는 묘수를 짜냈다는 것. 학생들로부터 별 불만이 나오지 않자 이같은 녹음 강의를 계속하던 이 교수가 하루는 자신의 녹음 강의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살펴볼 겸 강의실에 들렀더니 학생은 한 명도 없고 학생들 대신 책상을 차지한 작은 녹음기들만 돌아가고 있더라는 얘기다.
「양방향 네트워크」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의 해프닝이다. 이후로도 TV, 라디오 강의나 이와 유사한 시도들이 계속됐지만 획일적이고 일방적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터넷을 비롯한 온라인 멀티유저 환경이 확산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지는 것 같다. 국내에서도 지방의 한 대학교수가 인터넷을 통해 문제를 출제하고 자동 채점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자신의 「전기회로」 「전기기기」 등 두 강좌에 활용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자바 언어를 이용해 개발한 「주문형 문제」 구성 형태의 이 소프트웨어는 학생들이 동일한 문제를 선택해도 문제의 패러미터 값들이 서로 다르게 주어져 문제유형은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문제를 풀게 되는 등 보안성과 안정성을 갖췄다고 한다.
현재 매주 수요일 강의시간에 학생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교수의 서버에 접속해 교재와 참고서적을 활용해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반응도 좋다는 얘기다. 많은 양의 데이터와 비용이 드는 문제은행 출제방식과 달리 이 소프트웨어는 1시간의 교육만으로도 출제자가 문제를 구성할 수 있고 공학식의 문제형 외에 객관식 문제도 출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록 작은 시도이기는 하지만 인터넷이 TV와 라디오가 못다한 진정한 의미의 양방향 수업시대를 앞당기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나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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