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벤처기업 지원

일반적으로 세계 최초의 벤처캐피털은 스페인의 여왕 이사벨 1세가 콜럼버스에게 제공한 대규모 모험투자라고 한다. 이때의 벤처계약서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면 그 지역 생산물의 10분의 1을 콜럼버스와 그의 자손이 갖는다는 조건이 있었다. 벤처비즈니스에 투자하는 사업이 모험적이지만 그 투자가 성공했을 때 엄청난 부를 가져다 준다는 것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벤처기업의 사업 성공률은 대개 10%라고 한다. 벤처캐피털이 10개 벤처기업에 투자해 한 군데가 성공하면 그런대로 괜찮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렇게 볼 때 90%의 투자는 낭비됐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근 발표된 한 보고서를 보면 벤처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실리콘밸리에서도 한 투자가의 지원으로 창업된 20개의 벤처기업 중 1개 기업만이 성공을 거둬 고속성장하고 있고 4개는 1년 내에 도산했으며 6개는 적자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6개 기업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3개 기업은 적으나마 이익을 내고 있으나 성공한 1개 기업의 순수익이 나머지 회사들의 손실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고용창출 효과보다 경쟁력을 갖춘 한 기업이 부의 창출을 가져온 셈이다.

최근 정부는 1백만명 이상의 고실업시대가 3∼4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실업대책으로 향후 5년 동안 2만여 벤처기업을 창업시켜 40만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한다는 목표로 막대한 예산을 편성해 놓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부처도 경쟁적으로 벤처기업 육성책을 발표하고 있다. 벤처가 경제위기 탈출의 대안이 되고 획기적인 고용증진 효과도 가져다 줄 것처럼 과신하고 있는 듯하다.

벤처기업은 경쟁력 있는 신기술이 전제돼야 한다. 과기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개발되는 신기술은 평균 1천5백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의 목표대로 단순하게 5년만 계산하더라도 7천5백여개의 신기술이 개발된다. 2만여개 벤처기업이 창업할 신기술이 어디에서 나오고 개발될지 의문이다. 게다가 벤처기업이란 조그만 사무실에 몇몇 전문인력만 있으면 되는 최소 고용의 직종이고 성공할 확률도 낮은 「모험기업」이다. 오랜 세월 성장해 온 우량기업들도 금융지원을 받지 못해 쓰러지는 판국에 새로 태어날 기업들에 재정지원을 하겠다니 의아스럽다. 벤처기업의 창업은 일시적인 고용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으나 1, 2년 후에는 또다른 수많은 실업자들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제상황이 화급하다 보니 대책들도 검토과정 없이 양산되는 것 같다. 현실을 외면한 정부정책은 시행착오만 가져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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