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위성사업의 경쟁력

이윤우 데이콤 위성기술팀장

최근 국내에서도 위성을 이용한 통신이나 방송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면서 위성사업이 크게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위성사업이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들어섰음을 고려할 때 이같은 분위기는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사실 국내 위성사업은 미국, 일본과 같은 통신 선진국은 물론 필리핀, 인도 등 경제력이 우리보다 낮은 국가에 비해서도 크게 뒤처져 있다.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는 자체 위성을 쏘아 올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이제 무궁화 1호와 2호 위성을 발사해 기본적인 방송서비스를 이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지상통신망이 잘 구축돼 있어 상대적으로 지상망이 취약한 동남아 국가보다 위성통신망에 대한 열기가 덜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시점에서 최근 데이콤이 오라이온(Orion)사와 공동으로 독자적인 위성을 발사하기로 한 것은 국내 위성사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일로 평가된다.

데이콤은 지난 96년 11월 위성서비스 사업을 전략사업의 하나로 육성키로 하고 유럽과 북미지역에서 위성 발사는 물론 이를 통해 다양한 위성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세계적인 위성업체인 미국 오라이온사와 위성을 공동 발사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오라이온과 공동으로 지구상공에 쏘아올리는 이 위성에는 데이콤의 방송사업을 위한 전용 중계기 8기와 오라이온의 통신용 중계기 35기가 탑재돼 있다.

이는 단순히 외국 선진업체와 위성을 공동으로 발사한다는 것 이외에도 몇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선 오라이온사의 경우 이미 아시아, 태평양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위성궤도를 보유하고 있어 독자적인 위성궤도를 분배받지 못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이로 인해 상당한 실익을 얻을 수 있다. 공동 위성발사를 통해 국제적으로 희소가치가 큰 위성궤도를 확보한 셈이 되는 것이다. 또한 데이콤이 아산지구국에 부관제소를 건설해 필요할 때 데이콤이 위성을 통제할 수 있어 위성사업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특히 위성체 제작과 관련해 세계적인 업체인 미국 휴즈사에 감리 인원을 파견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무상으로 참여할 수 있어 선진 통신기술을 단계적으로 이전받고 기술 축적을 이룰 수 있어 국내 위성사업의 경쟁력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여기에 1차 발사 위성의 수명이 다한 후에 후속 위성 발사때도 데이콤이 계속 참여할 수 있으며 만약 오라이온사가 이를 포가할 경우 데이콤 단독으로 위성을 발사할 권한을 가지고 있어 국내 위성사업을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데이콤은 이번 프로젝트에 총 8천9백만달러를 투자해 15년간 위성을 이용할 수 있는데 이는 국제 위성인 인텔샛을 15년간 장기 임대할 때의 사용료보다 훨씬 저렴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실익의 하나다.

데이콤 위성사업의 골자는 기본적으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진 경영방식을 가진 외국업체와 합작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위성발사를 위해 오라이온사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로 합의했으며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뉴스콥과 다채널 위성방송사업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이같은 배경을 무시하고 이를 단순하게 외국자본의 국내시장 잠식이라고 비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오라이온사에 이어 루퍼트 머독과의 제휴는 부작용 못지않게 분명한 실익이 있으며 이는 취약한 국내 위성사업을 발전시키는 데 크게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이콤의 공동 위성발사와 위성방송 사업의 사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으며 외국업체와 협력해 시장개방에 대처하고 국내업계의 경쟁력을 키우는 새로운 모델로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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