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알란파커 감독 "로드 투 웰빌"

TC 보일의 원작을 앨런 파커가 각색, 감독한 「건강한 마을로 가는 길」의 지름길은 결국 「본능과 욕구대로 사는 것」이다. 영화는 「삶은 죽음의 일시적인 승리일 뿐」이라는 해답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우스꽝스럽고 황당한 소동극으로 보여준다.

앨런 파커는 「건강」에 대한 인간의 강박관념과 헛된 욕망을 식욕과 성욕으로 해부하고 비판한다. 시리얼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켈로그와, 코카콜라로 상징되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역시 이 영화가 갖는 관심사다. 그러나 감독의 지명도와 매력적인 배우들의 포진, 성(性)의 포장이라는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로드 투 웰빌」은 구성의 산만함으로 드라마가 거세된 작품이 되고 말았다.

영화는 곡물 식이요법과 독특한 건강요법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베틀 크리크」요양원의 켈로그 박사(앤터니 홉킨스 분)를 둘러싼 세가지 이야기가 축을 이룬다. 마약중독과 위장장애가 있는 윌(매튜 브로데릭 분)과 남편과의 성생활에 문제를 느끼고 있는 엘레노어(브리지트 폰다 분)부부, 콘플레이크 사업의 꿈을 안고 베틀 크리크가 있는 미시건으로 온 찰스 오싱(존 쿠잭 분), 그리고 성불구자인 켈로그 박사의 망나니 양아들 조지 켈로그(데이나 카비 분)다. 이들은 서로 약간의 인연만을 유지한 채 독립적인 이야기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영화가 시작되면 켈로그 박사는 토끼 같은 앞 이빨로 음악에 맞춰 마치 노래하듯 건강에 대해 강의를 시작한다. 「육식은 절대 금물」이고 「생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섹스는 생명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며 「자위행위는 침묵의 킬러」로 이어지는 그의 강의는 곧 베틀 크리크의 교리이지만 그것을 지키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부부조차 각기 독방을 쓸 것을 요구하는 요양소에서 윌은 끊임없이 성적욕구를 해결하려 애쓰고 켈로그 박사의 맹신자인 엘레노어는 결국 독일인 의사에게 자궁마사지로 자신의 욕구를 해결한다.

「뇌물은 자본주의의 윤활유」라는 동업자의 꾐에 빠져 전재산을 날리는 찰스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의 코드라면 조지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켈로그 박사에게 끊임없이 「부성애」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낸다. 결국 모든 갈등은 조지가 베틀 크리크를 태워버림으로써 갑작스런 화해를 한다. 화해 이후. 90세 나이에 건강을 과시하며 다이빙을 하던 켈로그 박사는 심장마비로 죽고, 윌 부부는 자녀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며, 찰스는 코카콜라로 큰 부자가 된다.

대사나 표현력에서 앨런 파커의 「기교적인 욕심」이 좀 지나치다 싶지만 아기자기한 장치들이 감각적이고 유머러스하게 영화를 포장한다.

<엄용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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